韓·美 정상회담 직후 태도 바꿔… '폭파 행사' 오늘 열릴 가능성
"北, 한국이 美에 北입장 충분히 전했다 보고 취재 허가 했을 것"
◇22일 밤 기류 변화… 물밑 접촉 가능성
핵실험장 폭파 행사에 우리 언론을 초청하겠다는 것은 4·27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약속이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2일 핵실험장 폐쇄 계획을 밝히며 전문가를 뺀 채 한·미·영·중·러 5개국 언론을 초청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18일 우리 측이 판문점 채널을 통해 방북 기자단 명단을 통보하려 하자 이를 거부했다. 우리 취재진이 21일 방북 경유지인 베이징으로 갔지만, 북한은 22일 외국 취재진 20여 명만 데리고 원산으로 갔다. 우리 취재진은 22일 귀국했고, 정부는 유감을 표했다.
한국 취재진, 정부 수송기 타고 원산 도착 -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23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5호기를 타고 북한으로 간 우리 측 공동취재단이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해 짐을 찾고 있다. 북한은 닷새간 우리 취재단 명단 접수를 거부하다 이날 방북을 허가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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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류 변화가 감지된 것은 22일 밤이다. 통일부는 출입기자들에게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일정에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내일 아침 판문점을 통해 우리 측 취재단 명단을 다시 전달할 예정"이라며 "북측이 수용한다면 지난 평창올림픽 전례에 따라 남북 직항로를 이용해 원산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렸다. 실제 북한은 약 11시간 후인 23일 오전 9시쯤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취재단 명단을 접수했다.
정부 주변에선 "풍계리 방북 취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2일 오후 남북 간에 비공식 접촉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 1~2월 평창올림픽 기간 활발히 가동됐던 '국가정보원-통일전선부 라인'이 재가동됐다는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풍계리의 문'이 열린 것도 우연이 아니란 관측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 16일 남북 고위급 회담 취소를 시작으로 대남 압박의 강도를 높인 것은 한·미 정상회담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며 "한국이 이번 회담에서 북측의 입장을 미국에 충분히 전했다고 보고 풍계리 취재 허가를 내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南 취재진 원산 합류… 풍계리로 출발
닷새에 걸친 북한의 '풍계리 몽니'가 끝남에 따라 우리 취재진 8명은 낮 12시 30분쯤 VCN-235 기종의 정부 수송기를 이용해 성남공항에서 원산을 향해 출발했다. '공군 5호기'로 불리는 이 항공기는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 행사 취재 지원 용도로 활용해왔다. 정부가 정부 수송기를 띄운 것은 미국의 대북 항공 제재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국내 항공사가 이 제재 때문에 북한행을 꺼린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항공기 운항에 대해서는 미측과 사전에 협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원산에 착륙한 우리 취재진은 전날 도착해 대기 중이던 4개국 취재진과 함께 오후 7시쯤 특별열차를 타고 풍계리로 출발했다. 원산역에서 풍계리에 인접한 재덕역까지 416㎞ 구간을 12시간 정도 이동할 예정이다. 이후 취재진은 재덕역에서 21㎞가량 떨어진 풍계리 핵실험장까지 차량을 탄 뒤 마지막 한 시간은 도보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폭파 행사는 24일 열릴 가능성이 크다. 앞서 북한은 "23~25일 사이에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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