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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투박함에 숨겨진 따뜻한 마음… 누가 흉내라도 낼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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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前부총리 추모사 요약

조선일보

결국 떠나셨군요. 떠나시기 전날의 그 온화한 얼굴, 따뜻한 손과 팔이 마지막이었다니 너무도 아쉽고 안타까워 억장이 무너져 내립니다. 화담(和談·고인의 아호), 님의 기개는 하늘을 찌를 듯 드높았고, 생각은 자유자재였으며, 언행은 거침없이 미래로 치달았고, 마음은 낮은 데로, 낮은 데로 끝없이 내려놓으셨습니다. 투박함 속에 숨겨진 그 따뜻한 마음을 어느 누가 감히 흉내라도 낼 수 있었겠습니까.

흔히 말하는 재벌 총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생을 고수해 왔습니다. 사소한 골프 룰 어기는 것조차 보지 못했습니다. 병마에 시달리던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에 대한 엄격함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남들처럼 외국의 저명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보라는 주변의 제안에도 '주변 사람들 번거롭게 하기 싫다. 내 나라의 선진 의료진을 믿는다' 하시면서 일언지하에 거절하지 않으셨습니까.

우리 사회의 진정한 리더였으며 선각자였습니다. 그룹 총수라고 불리는 것을 싫어해 오셨습니다. '총수는 무슨 총수 그냥 기업인일 뿐이지' 하며 정색을 하면서 언짢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진정 당신은 한국 재계의 큰 별이었고 어른이었습니다. 걱정일랑, 미련일랑 다 내려놓으시고 편안하게 가십시오. 화담 구본무 회장님의 영전에 눈물로 추모사를 마치는 바입니다.

ㅡ2018년 5월 22일 아침 이헌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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