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4건·올들어 22건 ‘무죄’ 추세
‘병역거부자의 날’ 토론서도 도입 촉구
“국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양심적 병역의무이행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법치의 혜택을 넓혀가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가가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고 집총 병역의무만 강요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책임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일 뿐이다.”
지난 14일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4단독 이승훈 판사는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며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배아무개(22)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04년 5월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첫 무죄 선고가 나온 뒤 83번째 무죄 판결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인 15일을 맞아 개최한 ‘대체복무제도 마련 및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는 1심이 아닌 항소심 재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첫 무죄 판결을 했던 인천지법 김영식 부장판사가 참석했다. 김 부장판사는 “효과적인 대안 마련이 가능한데도 국가가 일방적으로 형벌권만 고집하는 것은 비례원칙 위반이므로, 집총병역의무를 거부하는 것은 병역법이 규정한 입영 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2004년 3건에 그쳤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은 지난해 1년 동안 무려 44건이나 선고됐다. 올해 들어서도 이미 22건의 무죄 판결이 나오는 등 증가 추세다. 2004년과 2011년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유죄 판결에도 하급심에서는 최고법원과 정부의 입장 변화 필요성을 요구하는 무죄 판결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의 가장 민감하고 첨예한 인권의 최전선에 있다.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하거나 헌재가 위헌 결정을 한다면 강고한 안보논리를 극복하고 소수자 인권을 선택한 인권 옹호의 기념비적 판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현재 세번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심리 중이다. 이진성 헌재소장은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간의 자유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처벌을 감수하는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전향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국방부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했던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 인사말에서 “무죄 판결이 증가하고 국민 인식도 변화하고 있어 병역의무와 양심의 자유를 조화시키기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추진할 때가 됐다”고 짚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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