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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동료 책상이 어질러 있으면 참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정돈해 주는 당신…불안의 노예, 강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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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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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가스 잠금 반복적 확인 등

원하지 않는 불안을 없애기 위해

특정 행동에 병적으로 집착·몰두

인지·행동 치료와 약물 병행 효과


20대 후반의 대학원생 ㄱ씨는 혼자 사는 원룸을 나설 때 문이 잘 잠겼는지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어떤 때는 4~5번까지 확인한다. 집 안이든 밖에 나가서든 손을 병적으로 자주 씻는다.

30대 중반의 직장인 ㄴ씨는 사무실 책상 위 물건이 똑바로 놓여 있지 않으면 참을 수 없어 다시 정렬을 한다. 동료의 책상이 어질러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정돈해 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40대 후반의 가정주부 ㄷ씨는 외출 후 가스를 제대로 잠갔는지, 전등을 껐는지 걱정이 돼 다시 들어와 확인하기 일쑤다. 이미 멀리 나갔을 때 집에 아무도 없어 전화 등으로 확인이 안되면 불안감에 휩싸인다.

50대 중반의 자영업자 ㄹ씨는 휴대폰에서 열어본 파일들을 깨끗이 지우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한참 사용 후에는 반드시 특정 포털 사이트가 화면에 나오도록 꼭 조정해둔다. 그렇게 안 하면 참을 수가 없다.

이 같은 사례들은 강박증의 전형적인 증상들이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도 마음속에 어떠한 생각이나 장면, 혹은 충동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정신·심리 상태를 말한다. 한 가지 행동에 집착하고, 그것에 비정상적으로 몰두하기도 한다. 당사자들은 강박증에서 비롯되는 버릇이나 행동, 심리 상태를 고치려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교수는 “불안에 압도되도록 만드는 생각을 강박 사고(思考), 불안을 없애기 위하여 하는 특정한 행동을 강박 행동이라고 한다”면서 “강박 사고와 강박 행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짝과 같은데, 강박 사고가 일으킨 불안을 강박 행동이 감소시켜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박증은 다양한 원인과 증상이 있다. 생물학적인 원인의 경우 뇌 이상 소견이 연구를 통해서 밝혀졌다. 예를 들면, 뇌의 대표적인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 시스템과의 연관성이다. 세로토닌 시스템에 작용하는 약물들이 강박장애 치료에 뚜렷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강박 증상이 악화되고, 주위 상황이 호전되면 강박 증상이 완화되는 양상도 여러 연구와 임상 관찰을 통해 확인됐다. 강박 증상에 심리적인 원인이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박증의 치료는 인지·행동 치료와 약물치료 두 가지가 흔히 적용된다. 강박증 환자들이 강박적인 생각과 관련된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인지·행동 치료법 중 하나가 ‘노출 및 반응 방지’ 기법이다. 평소 불안을 느끼는 어떤 상황에 노출시킨 후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 보이는 강박행동을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환자가 처음에는 매우 불안해 하지만 반복적으로 치료 받으면서 불안을 유발시키는 상황에 대해서 익숙해지게 된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강박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치료 효과를 발휘한다.

약물치료는 인지·행동 치료가 효과가 없거나, 경증을 넘어선 수준의 강박증을 치료하기 위해 시행된다. 조철현 교수는 “증세의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80~90%는 증상이 호전된다”면서 “행동·인지 치료와 병행하는 경우 더욱 효과가 좋다”고 밝혔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강박적 성격은 매사에 정확하고 꼼꼼하며 일에 실수가 없어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얻고, 사회적 성취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성격이 극단적이며 경직된 방식으로 나타나면 ‘강박성 성격장애’를 겪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민섭·권준수 교수팀이 운영하는 강박증 인터넷 사이트(www.ocdcbt.com)에 가면 다양한 정보뿐 아니라 환자 스스로 치료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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