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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우리은행 채용 ‘7중 안전장치’ … 합격해도 감사가 전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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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필기시험 10년만에 부활

서류심사·출제·시험감독

모두 외부전문업체 위탁

실무면접·임원면접도

외부전문가 50% 참여

청탁 한번이라도 면직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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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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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시중은행 전부에서 채용비리 실태가 드러난 가운데 이광구 행장 사퇴 등 가장 먼저 홍역을 치렀던 우리은행이 채용 공정성을 위한 ‘7중 안전장치’를 올해 상반기 첫 공채에서 시행해 눈길을 끈다. 우리은행은 10년 만에 필기시험을 부활하는 것은 물론, 사후 채용 적정성 전수조사, 청탁 임직원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등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그간 채용청탁 악습을 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은행연합회가 필기시험 도입 권고 등을 담은 ‘채용절차 모범규준’ 초안을 마련하는 등 향후 은행권 채용제도 개편이 예고된 상황이라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4일 우리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은행은 손태승 행장 취임 이후 3월 말부터 시작한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에서 ‘공정한 채용을 위한 7중 안전장치’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상반기 공채 전형은 지난달 28일 필기시험을 실시한 뒤 현재 면접이 진행 중이며 6월 말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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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우선 서류전형·필기시험·면접으로 이어지는 채용절차 전체를 외부 전문업체에 맡겨서 진행하고 있다. 서류전형 심사나 시험감독, 필기 출제 등을 외부에 위탁해 투명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둘째로 내외부가 함께 참여하는 채용위원회를 신설해 채용 당시 부문별 인력 정원(티오) 등을 정해주는 채용 가이드라인을 수립했다. 셋째, 필기시험을 2007년 이후 10년 만에 부활시켰는데, 일반상식과 적성검사 등 대부분을 외부 출제기관에 맡겼다. 넷째, 1차 실무자면접은 예전엔 은행 실무자로만 구성했는데 이번엔 50%를 외부 전문가로 채웠다. 다섯째, 2차 임원급 면접은 예전엔 은행 임원 3명이 진행했으나 이젠 교수 등 외부 전문가를 50% 투입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예전 면접에서 평가표 점수를 연필로 쓰다가 고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는데, 이제 태블릿피시로 전 과정을 기록한다. 면접은 블라인드이고, 내외부 면접위원들은 서로를 알 수 없는 관계다”라고 설명했다. 여섯째로, 은행 상임감사 산하 검사실에서 합격자 전수조사를 통해 사후 적정성을 검증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임직원이 채용청탁을 할 경우 단 한차례만으로도 최대 면직까지 징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합격자를 전수조사하고, 채용청탁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도입하는 것은 그간 영업과 대외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과정에서 자리 잡은 채용청탁 관행을 끊어내려는 것”이라며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은행에 채용청탁을 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중삼중의 안전장치 마련은 은행 채용비리를 단순히 필기시험 부활만으로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앞서 필기시험 이외에도 면접점수를 사후 조정한 사례 등이 적발됐다. 이에 은행권은 필기시험 부활은 물론 추가로 공정성을 높일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조만간 상반기 공채일정을 발표할 신한은행 쪽은 필기시험은 부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되, 추가로 투명성·공정성을 높일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원래 필기시험을 시행했던 케이이비(KEB)하나은행과 케이비(KB)국민은행 관계자들도 “올해 공채를 하반기에 시작해서 아직 채용제도 개편방안을 확정하지 못했다”면서도 “은행연합회 채용절차 모범규준 등을 고려해 인사부서에서 추가 개편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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