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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명동성당 앞 소수자들의 성탄절…“혐오엔 끝내 승리케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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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00여명의 시민들이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연 ‘윤석열 퇴진하고 평등세상으로’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정봉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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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는 거룩하고 차가운 분노로, 배제에는 끈기 있는 우정과 연대로, 혐오에는 힘 있는 축복으로 끝내 승리하게 하소서”



흩날리는 꽃종이 속에서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 소속의 자캐오 신부가 ‘평등세상을 향한 무지개 축복식’ 낭독문을 한줄 한줄 힘있게 읽어 갔다. 낭독이 끝나자 시민들은 환호했고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선물처럼 흘러나왔다.



크리스마스인 25일 성소수자, 탈시설 장애인 등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 차별과 탄압을 받아온 소수자들이 한 데 모였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의 시민단체가 참여한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 인근 사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윤석열 정권의 퇴진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했다. 천여명의 시민들은 함께 탄핵 캐럴을 부르고 “불평등에 앞장서 온 윤석열은 퇴진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정권 퇴진을 넘어 ‘시민들의 권리 확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 활동가는 “차별과 배제의 한국 정치가 결국 윤석열의 계엄에 이르렀다. 정치를 바꾸어야 한다. ‘누가 우리를 대리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시민들의 정치적 권리를 더 확대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시국이 엄중한 만큼 소수자들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공감대도 이뤘다. 최장원 HIV/AIDS(후천면역결핍증후군) 인권행동 ‘알’ 활동가는 “시민들이 내란 세력의 무응답을 보고 지쳐버려서 서로를 탓하는 순간들이 쌓여갈수록 그들이 마음대로 하는 것은 점점 더 편해질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지금 여기 함께 있다. 두려움은 우리를 지치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연대의 마음으로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대학생 최아무개(20)씨는 “농민들을 위한 남태령 집회를 계기로 소수자를 위해 같이 투쟁하자는 분위기가 생겨서 남 눈치 보지 않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며 “동아리 단톡방에서도 소셜미디어에 나온 시위 관련 정보가 활발히 공유돼 연대하기 더 쉬워졌다”고 밝혔다.



한겨레

성탄절인 2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크리스마스 맞이 탈시설장애인 이야기마당을 열어 `아직 시설에 3만명의 장애인이 남겨져 있다\'며 지역사회에서의 장애인 권리보장과 탈시설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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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도 이날 오후 4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크리스마스 맞이 탈시설 장애인 이야기 마당’을 열고 “장애인도 크리스마스에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외쳤다. 이들은 시설에서 지내는 장애인들이 크리스마스에 겪는 현실을 말하며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권리가 보장되고, 탈시설이 이루어져야 진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홍정수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대구지부 대표는 “시설에 있을 때는 크리스마스에도 통제된 채 행사에 참여하면서 시설 거주인들끼리 보낸 기억이 있다”며 “탈시설 이후부터는 주위 사람들과 동료들과 즐겁게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다. 유엔(UN)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라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장애인들 소원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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