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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윤곽 드러난 북한 비핵화 "美가 직접 해체해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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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영선 기자] [볼턴, 핵시설·핵물질 보관 장소 특정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갈 것"…핵무기 완성 단계의 北, 다른 나라 비핵화와 다른 접근법 추정]

머니투데이

【워싱턴=AP/뉴시스】 존 볼턴(왼쪽 세번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래리 커들로(왼쪽 네번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지난 4월18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가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오찬 회동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는 것을 듣고 있다. 2018.04.20.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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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의 진행 과정이 윤곽을 드러냈다. 협상 대상자인 미국이 직접 해체해 미국 본토로 이송하는 게 핵심이다. 핵시설과 핵물질을 보관할 장소까지 정해졌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핵무기를 폐기해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핵무기 해체부터 이송까지 미국 주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볼턴 보좌관은 주장했다.

◇폐기물 보관 장소 첫 특정…테네시주 오크리지는 어떤 곳?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미국이 북한 핵시설 및 핵물질을 어디에 보관할 것인지 처음으로 장소를 특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만큼 북한과 비핵화 관련 논의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테네시 오크리지는 미국의 핵·원자력 연구단지가 있는 곳으로 핵 연구 및 폐기·해체 장소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핵무기를 만드는 이른바 '맨해튼 프로젝트'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1943년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를 설립했다. 이후 여러 비핵화 사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표적으로 카자흐스탄과 리비아의 비핵화 과정에서 현지에 있던 핵시설 및 핵물질을 이송받았다.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연구소 전문가가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현지 핵물질 상황을 파악하고 이후 수십 명의 연구원을 파견, 핵 개발 장비를 먼저 항공기로 옮긴 뒤 컨테이너에 고농축우라늄(HEU)을 실어 오크리지로 이동했다.

리비아 비핵화는 주로 리비아 내 핵 관련 장비와 문건을 제거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연구소는 핵무기 설계도와 육불화우라늄(UF6), 원심분리기 등 핵 개발 장비와 물질, 문건 등 총 25t 분량을 연구소로 옮겼다. 당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입회하에 미국과 영국팀이 이를 수행했고 기간은 1년여가량 걸렸다.

◇핵무기 완성 단계의 北 "접근법 다를 듯"

카자흐스탄과 리비아가 핵시설 및 핵물질을 보관하는 수준이었던 것에 반해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완성까지 선언했다는 점에서 훨씬 더 복잡한 작업과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이전의 비핵화 사례들을 참고하겠지만, 북한에 대해선 다른 접근법을 사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는 최소 10기, 최대 60기로 추정된다. HEU와 플루토늄은 각각 600~700kg, 40~50kg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흐스탄이 보유하고 있던 HEU가 약 600kg이었다.

카자흐스탄이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 핵무기 및 핵물질을 넘긴 것과 같이 당초 북한에 대해서도 프랑스와 같은 제3국으로 핵무기·핵물질을 넘기는 안이 거론됐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의 발언을 계기로 미국에 넘기는 게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 IAEA가 역할을 하겠지만, 핵무기 해체는 미국이 하게 될 것"이라는 부분은 미국이 자신들의 눈으로 직접 비핵화를 확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최근 미국이 탈퇴한 이란 핵협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중단을 조건으로 경제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러나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해오고 있다며 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볼턴은 이란 핵협정을 "불충분한 합의"라고 했다.

이란 핵협정을 반면교사 삼은 미국은 북한이 핵 개발을 재개할 수 없도록 모든 시설과 장비, 물질을 들어내겠다는 것이다. 대신 미국은 북한에 대해 체제보장은 물론 경제적 지원, 더 나아가 사실상 북한에 대한 불침을 약속하는 민간 투자까지 정상 국가로서 지위를 인정해주겠다는 대가를 지불한 것으로 추정된다.

◇핵 개발 연구원 등 '인적자원'도 비핵화 대상

최근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 개발 기술자들을 모두 해외로 이전할 것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이 핵 개발과 관련한 인적 자원까지 비핵화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앞서 일본 아사히신문은 "미국 측이 억류 미국인 3명을 석방하기 위해 방북했을 당시 북한에 핵무기 개발 기술자를 모두 해외로 이주시키고 관련 자료를 전량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자료 폐기에 대해선 모호한 태도를, 기술자 이전에 대해선 난색을 표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미국의 소리(VOA)'는 "핵무기 기술에서 인적 자원이 핵심이고 비핵화 과정에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라며 "'인적 비핵화'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라고 했다.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은 "(비핵화의) 가장 중요한 단계는 핵심 기술을 보유한 핵심 인력을 규명하고 이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이들이 가진 기술을 나중에 함부로 확산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북한에 있는 핵 개발 연구원은 대략 1000명 정도라고 한다.

핵 기술자들은 대체로 좋은 대우와 급여를 받으며 자부심이 강해 비핵화를 반대할 여지가 커 이들에 대한 관리는 필수적이라고 VOA는 설명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장은 "핵 기술자들은 기본적으로 핵 개발을 추구하기 때문에 비핵화에 대해 악감정을 품게 될 것"이라며 "이들은 큰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볼턴 보좌관은 협상 대상에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했다. 북한은 미국,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 화학무기 보유국이다. 생화학무기의 경우 미국 내 반입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 해상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김영선 기자 ys85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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