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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기고]생활형숙박시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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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엽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도시가 발전할수록 새로운 건축물 용도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다양해진 소비자의 요구는 여러 기능들이 혼합된 유형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건축법 상 아파트형 공장인 지식산업센터는 업무공간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업무시설인 오피스텔은 주거의 한 유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생활숙박시설은 숙박과 주거기능이 혼합된 유형이다. 어딘가에 장기적으로 체류해야 할 경우 일반적인 호텔보다는 집처럼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수요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 계기가 되었다.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어떤 호텔에서 객실 일부를 아파트처럼 개조한 것이 시초가 됐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 때 '서비스드 레지던스'라는 이름으로 확산됐다. 정부도 장기체류를 위한 숙박시설의 필요성을 인정해 2012년 공중위생법 시행령과 2013년 건축법 시행령에 생활숙박시설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했다.

당시에는 생활숙박시설에 사회적 관심이나 큰 이슈가 없었으나, 2020년 전후로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한 정부의 여러 규제 대상에 오피스텔이 포함되면서 생활숙박시설은 새로운 부동산 '상품'으로까지 부각되어 급증하고 본래 목적과는 달리 불법적으로 주거로 사용되는 경우도 늘게 된다. 이런 과정울 통해 조성된 생활숙박시설은 10만실을 훌쩍 넘었으며, 하나의 시행사가 개발하여 각 실을 개별적으로 분양하는 유형 뿐 아니라 한명의 건축주가 각 실을 원룸처럼 임대하는 유형도 있다. 건축물 형태 역시 주상복합, 오피스텔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021년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생활숙박시설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기로 하고, 애초 도입목적대로 숙박업 신고를 하고 숙박업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고, 만약 주거로 활용하길 원한다면 합법적으로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하라고 대책을 발표했다. 엄밀히 현행법상 생활숙박시설을 숙박이 아닌 주거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 맞지만, 원칙만을 강조하기에는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2021년 이전에 정부와 지자체가 방치한 동안 생활숙박시설의 많은 실들은 이미 주거 형태로 이용되고 있었다. 현 시점에서 엄격한 법 집행만 강조한다면 수 많은 수분양자들과 임대인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이 너무 클 뿐 아니라, 각종 분쟁과 소송 등 사회적 갈등도 예상된다. 주택공급이 절실한 현 시점에서 소중한 주거공간도 잃게 될 것이고, 아직 준공이 되지 않은 생활숙박시설에 대한 금융기관의 중도금 및 잔금 대출 중단 상황 역시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인 해결방안은 생활숙박시설을 주택법에 의한 준주택 유형 중 하나인 오피스텔로 활용하는 것이다. 당장 모든 생활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전환할 경우, 학교 등 필수 기반시설 부족, 주거환경 확보 문제, 주차, 화재 등 안전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생활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전환할 때 우려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현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토부와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생활숙박시설과 오피스텔은 건축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미 지어진 생활숙박시설을 현재의 오피스텔 기준에 맞게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무엇보다 국토부는 생활숙박시설의 오피스텔 전환을 위한 건축기준을 최대한 완화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건축기준을 맞출 수 있는 경우라 할 지라도 지구단위계획에서 오피스텔을 불허하고 있다면 상황은 더 복잡하다. 지자체가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구단위계획 수립 목표와 계획 논리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할 수도 있고, 용도 완화에 따른 특혜 시비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도시계획이 한번 수립되면 지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도시변화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여건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생활숙박시설에 대한 쟁점들은 중요한 여건변화로 볼 수 있다. 특혜시비 역시 대응이 가능하다. 얼마전 서울시에서 마곡의 생활숙박시설 부지에 대해 기존에 불허하고 있던 오피스텔을 허용하도록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사업시행자가 200억원 규모의 현물을 기여하기로 한 바 있다. 이처럼 지구단위계획은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변경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생활숙박시설을 어떠한 형태로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도시관리 측면에서 고민해 보아야 한다. 생활숙박시설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도시에서 바람직한 용도의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국토부, 복지부, 지자체가 협업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지엽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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