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1 (금)

블랙리스트 조사위 “대구아트스퀘어 사태, 공무원 개입” 결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지난해 대구 청년미술프로젝트에서

사드·박정희·세월호 관련 일부 작품 배제

당시 보이콧 작가들, 사과와 관련자 징계 요구



한겨레

윤동희 작가의 <망령>. 윤동희 작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의 연쇄작용에 따라 권력에 비판적인 의견과 행위를 한 문화예술인을 주최 쪽인 대구시에서 배제한 경우에 해당되며, 또한 주관단체인 대구미협 및 전시감독 쪽인 민간 영역에서 내재화된 블랙리스트 방식의 배제가 작동한 경우에도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대구 미술 전시회에서 사드, 박정희 전 대통령, 세월호를 표현한 작품들이 배제된 사건에 대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이런 결론을 내렸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지난달 30일 이런 보고서를 내놓으며 “대구시 공무원들의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구민예총이 14일 공개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2017 대구아트스퀘어 청년미술프로젝트 특정 작가 및 작품 배제 사건 진상조사결과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0월 대구아트스퀘어 조직위원회(위원장 류형우 대구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는 박문칠 감독의 영상 작품 <파란나비>와 <100번째 촛불을 맞은 성주주민께>에 대해 재편집 및 교체 요청을 했다. 또 윤동희 작가의 소묘 <망령>에 대해서는 제외, 이은영 작가의 조각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의 작가노트에 대해서는 수정 요청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

박문칠 감독의 영상 작품 <파란나비>의 스틸. 박문칠 감독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부 조직위 관계자와 대구시 공무원은 ‘회의자료 부실 문제’, ‘전시공간의 문제’, ‘분량 조절의 문제’라고 배제 이유를 설명했지만,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전시회를 준비한 조직위의 지난해 10월13일 2차 회의록에 ‘정치적 성향이 강한 작품 내용 검토 후 권고’ 등이 적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당시 대구미술협회가 ‘정치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을 배제하는 원칙’ 등의 내용이 담긴 입장표명문을 낸 것도 파악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대구시는 대구아트스퀘어의 행정·재정 지원 및 상황관리, 유관기관 협력을 담당하며 예산집행 이외의 행사내용에는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 하지만 조직위 회의에 참여한 공무원이 전시 내용과 관련된 발언을 했고, 공무원이 조직위원회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 작품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 공무원들이 본연의 역할과 권한을 넘어선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구시장 등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는 조사가 진행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7월3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예술계가 합의해 만들었는데, 위원 21명 중 17명이 민간위원(문화예술계·법조계 등)이다.

한겨레

이은영 작가의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 이은영 작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시 전시회를 거부했던 박문칠·윤동희·이은영·김태형 작가와 이민정 큐레이터는 14일 공동 입장문을 내어 대구시와 대구미술협회에 피해 작가들에게 대한 공개 사과, 관련자 징계,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검열의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보고서를 환영한다. 올해도 청년미술프로젝트 준비가 시작될 것인데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행사를 강행한다면 이 행사는 더 이상 청년을 위한 행사도 미술을 위한 행사도 될 수 없을 것이다. 대구시와 대구미술협회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구 청년예술프로젝트는 대구시 주최로 2009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구시가 2억3000만원을 지원해 한국미술협회 대구시지회가 주관으로 대구엑스코에서 열렸다. 하지만 조직위 쪽에서 사드, 박정희 전 대통령, 세월호를 표현한 작품에 대해 수정이나 교체 요구를 해 일부 작가들이 전시회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조직위원회에는 류형우 대구예총 회장, 박병구 대구미술협회 회장, 안혜령 대구화랑협회 회장 등이 참여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