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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남자 피해자라 빨리 잡았다?”…性갈등 부추긴 ‘홍대 누드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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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피해자 사건 흐지부지” 비난

3일만에 靑 청원게시판 30만 동의

여자든 남자든 강력수사해야 지적

사이버 성범죄 ‘상향평준화’ 계기


홍익대학교 누드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누드모델의 사진을 몰래 찍어 유출한 혐의를 받는 여성 동료 모델이 구속된 가운데 수사당국의 대응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몰카 사건의 피의자가 5일만에 특정되는 등 신속한 경찰의 대응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있었는데, 지난 12일 피의자가 구속되자 “왜 그동안은 이렇게 하지 않았느냐”라는 울분에 가까운 지적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이들은 “여성이 피해자인 수많은 몰카 사건이 흐지부지됐다”면서 “남녀 모두 몰카 범죄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누드모델 몰카 유출 사건 이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회화과 실기실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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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 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지난 11일 올라온 이 길은 청원 3일만에 30만명에 가까운 동의를 받은 상태다.

청원자는 “여성과 남성 둘 다 동등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며 “피해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고 피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재빠른 수사를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누구나 범죄를 저질렀다면 벌을 받고 누구나 피해자가 되었다면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을 절실히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몰카 사건의 가해자들이 ‘무죄’를 받았던 사례를 담은 기사들을 첨부했다. ‘건너편 원룸 여성 몰카 상습 촬영한 50대 집행유예’, ‘탈의실 몰카 전현직 국가대표 수영선수들 무죄’, ‘몰카 7개월간 49번 찍었는데 무죄…이유는’ 등이다.

반응은 뜨겁다. 한 네티즌은 “그동안 수많은 몰카 범죄는 옷을 야하게 입은 여성 탓을 하거나, 잡기 힘들다는 이유로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넘어갔다”며 “이번 사건처럼만 했어도 많은 사건들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프라인에서 시위도 열릴 예정이다. 다음 카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따르면 오는 19일 서울 시내에서 불법촬영 범죄에 수사당국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하는 시위를 열 예정이다. 운영자는 “여성은 항상 몰카범죄에 노출됐고 신고를 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은 물론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며 “이번 사건처럼 대상이 남자가 되면 수사가 적극적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11월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촬영을 한 검거 인원 중 남성은 1만5662명으로 98%에 달했다. 여성은 총 359명으로 2%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불법촬영 범죄 피해자 2만6654명 중 여성은 2만2402명으로 84%였다. 남성은 600명으로 2.3%를 차지했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들이 내세운 ‘여자라서 구속됐다’라는 표현은 여성 피의자가 구속되면 안된다, 혹은 경찰이 가해자가 여성이라서 과잉수사를 했다는 식의 ‘피해자 옹호론’은 결코 아니었다. ‘수많은 남성 몰카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과거의 수많은 몰카 사건을 지금처럼 신속히 강력하게 수사해달라는 호소로 보인다.

반면 이번 홍대 누드몰카 유출 사건과 과거의 사건 수사들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사건은 사진이 찍힌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가 특정됐고, 수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파악하기 쉬웠기 때문에 피의자를 신속히 검거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또 현재 몰카범 검거율이 다른 성범죄에 비해서 높다는 주장도 나온다. 2016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불법촬영범죄 검거율은 94.6%, 음란물유포범죄 검거율 85.4%다. 그러나 검거율이 아니라 처벌 수위가 중요한데 그동안의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논란을 단순한 성대결로 보는 게 아니라 사이버 성범죄 수사와 처벌을 ‘상향 평준화’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정세희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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