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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막간 주춤거림’을 미소로 메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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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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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을 할 때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었다. 특히 트리플 악셀 같은 고난도 기술을 구사하기 직전에는 긴장감이 최고조에 다다랐다. 고난이도의 기술들은 아사다 마오도 꽤 잘했다. 그런데 김연아가 하는 연기는 아사다 마오와 달랐다.

아사다 마오는 고난이도 기술을 펼치기 직전, 그러니까 기술과 기술을 하는 사이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김연아 선수는 그 사이의 시간조차 연기로 메웠다. 이처럼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한류가 대세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 드라마는 인기가 높다. 그 인기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세련된 연출 기법이 한몫 할 것이다. 한국 드라마가 지금은 세련되었다고 평가받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어색한 연출이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큐 사인이 떨어지기 직전에 배우가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카메라에 잡혔던 것이다. 배우가 감정에 몰입하려고 슬픈 표정을 지어내고 있거나 화를 내는 표정을 준비하고 있다가 “레디 액션!” 하고 감독이 외치면 그제서야 연기를 하곤 했는데 그 과정이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비춰지곤 했다.

편집 기술 덕분인지 디지털 필름으로 작업해서인지 모르지만 요즘은 그런 어색한 부분이 화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막간의 주춤거림’을 보는 사람은 불편하고 어색하다. 이런 주춤거림은 사람의 표정에도 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거기서 남자 주인공에게는 사람들의 머릿속의 생각이 귀에 들리는 초능력이 있다. 그런데 그 능력이 부럽다는 생각은 일찍이 버리는 게 좋다. 주인공이 길을 걷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주인공은 큰 고통을 겪는다. 사람들은 평소 체계적인 생각을 하거나 긍정적인 생각을 하지 못한다.

주로 남을 미워하는 등 겉과 속이 다른 생각을 한다. 그러니 듣기 좋은 꽃노래도 아닌데 얼마나 듣기 괴로울까? 늘 주춤거림과 갈등 속에 보내는 것이 대부분 사람의 일상이다. 그 주춤거림을 그대로 스캔해서 받아주는 곳이 있다. 바로 얼굴이다. 얼굴은 머릿속을 통째로 표현한다. 평소 갈무리가 잘 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정갈한 표정의 소유자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얼굴은 마음속의 모든 데이터를 받아서 표현해내곤 하는데 마음속과 정반대되는 표현은 아무리 뛰어난 배우라 해도 어렵다. 즉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얼굴 표정을 만드는 첫 번째 단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곧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다. 감정은 뇌의 작용이다.

그리고 감정은 유전적 성향, 기억, 생존 환경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 그래서 사물과 사건에 대한 감정은 감정보다 행동을 먼저 바꾸었을 때 가능하다고 한다. 조건반사회로를 뇌 속에 형성하면, 자동적으로 반복 행동이 실행되기 때문이다.

주춤거림은 멍하게 있는 것과는 다르다. 멍하게 하는 것도 뇌에는 휴식이 될 수 있기에 좋은 작용을 한다. 그러나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오는 갈등속의 주춤거림은 평소 나쁜 표정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여럿이 모인 장소에서 무심히 찍힌 사진들을 보면 대개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막간의 부정적인 생각들이 얼굴에 드러나고 그것이 사진에 찍힌 것이다. 대충 그려진 그림이라도 바탕색을 밝게 메우면 느낌이 밝은 그림이 될 것이다. 평소 밝은 생각을 하고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은 밝은 바탕색을 칠하는 것과 같다. 그럼 어떻게 밝은 표정을 만들 수 있을까?

우선 강제로라도 웃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한 행동이 자꾸 반복되고 축적되면 뇌는 ‘무슨 일이 있나?’ 하고 좋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뇌는 의외로 단순하고 기계적인 부분이 많다고 한다. 뇌에게는 주어가 없어서 좋은 장면을 보고 있으면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인지 구경을 하고 있는 것인지 구분하지 못 하는 정도다.

뇌의 원리를 이용해 보자. 늘 행복한 장면을 보도록 노력하고 좋은 생각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일어난 일인 것처럼 늘 행복하게 웃는 것이다. 미국의 시인이자 화가였던 E. E 커밍스는 ‘인생에서 가장 쓸모없이 보낸 날은 웃지 않고 보낸 날들’이라고 말했다.

웃지 않으면 ‘부정적인 막간의 주춤거림’으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아마도 인생의 대부분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것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김연아 선수처럼 해 보자.

인생의 고강도 문제에서도 여유 있게 대처하고 그 사이도 의미 있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 그것은 바로 얼굴에 하나 가득 웃음 짓는 일이다.

[허윤숙 작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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