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9 (수)

강제소등 뒤 스탠드 켜고 야근…기업문화 개선 ‘겉치레’뿐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상의·맥킨지, 기업문화 개선 실태 공개

1장짜리 보고서에 첨부문서는 40장

직장인 88% “변화 미흡” 부정 평가



한겨레

자료:대한상의 (대기업 직장인 2천명 조사, 수치는 긍정적 응답비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퇴근시간 맞춰) 사무실 강제 소등한 뒤 책상 스탠드 켜고 일하고, 1장짜리 보고서 작성 캠페인 하는데 첨부문서는 30~40장에 달한다. 무늬만 혁신이고, 변하지 않았다.” (자산 5조원 이상 재벌 계열사 ㄱ차장)

“소통 활성화한다고 복장 자율화하고, 직급호칭 없앴지만 정작 의견은 잘 안듣는다. ‘꼰대들이 청바지를 입은 꼴’이다.” (중견기업 ㄴ대리)

대한상의가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와 공동으로 실시한 한국 기업문화 진단 결과 중 일부다. 대한상의는 14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 기업문화와 조직건강도 2차 진단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한상의는 2016년 1차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한국 기업의 후진적 기업문화 개선 운동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

대기업 직장인 2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기업문화 조사 결과, 2년 전 1차 조사에서 지적받았던 후진적 기업문화는 부분적으로 개선이 됐다. ‘습관적 야근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1%에서 46%로, ‘비효율적 회의가 없다’는 응답은 39%에서 47%로 각각 높아졌다. ‘불필요한 보고가 없다’는 응답은 41%에서 55%로, ‘대화나 질문이 자유롭고 소통이 된다’는 응답은 55%에서 65%로 모두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긍정 응답 비율이 60% 이하로 미흡한 수준이다. 또 ‘기업문화 개선 효과를 체감하느냐’는 질문에는 ‘일부 변화가 있으나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없다’가 59.8%, ‘이벤트성으로 전혀 효과가 없다’가 28% 등 부정적 답변이 87.8%에 달했다. 대한상의는 “기업문화 개선 평가에서도 ‘무늬만 혁신’, ‘재미 없음’, ‘보여주기’, ‘청바지 입은 꼰대’, ‘비효율’ 등 부정적 단어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면서 “기업의 개선활동이 대증적 처방에 치우쳐, 구성원들의 피로와 냉소를 낳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주요 기업 8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직건강도 분석에서도 한국기업의 중위점수가 55점으로, 맥킨지가 분석한 1800여개 글로벌기업들(64점)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미정 대한상의 기업문화팀 과장은 “1800여개 글로벌 기업을 조직건강도 점수에 따라 25%씩 나눠 최상위, 중상위, 중하위, 최하위 등 4개군으로 구분할 경우, 한국기업은 4개사가 최하위, 3개사가 중하위, 1개사가 중상위로 평가됐고, 최상위는 한곳도 없었다”면서 “9개 평가영역 중에서 책임소재, 동기부여에서는 한국기업이 상대적으로 우위인 반면 리더십, 외부 지향성, 조율과 통제 시스템, 역량, 방향성 등 5개 영역에서는 글로벌 기업에 뒤졌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기업의 조직건강을 해치는 3대 근본원인으로 비과학적 업무 프로세스, 비합리적 성과 관리, 리더십 역량 부족을 꼽고, 기업문화의 근본 혁신을 위한 4대 개선과제로 빠른 실행 업무 프로세스,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가벼운 조직체계, 자율성에 기반한 인재육성, 플레잉코치형 리더십 육성을 제시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