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9일 중의원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본 중의원이 9일 해산했다. 다수 의석을 얻은 정당이 정부를 운영하는 의원내각제 국가인 만큼, 27일 열리는 중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일본의 새 행정부 구성이 결정된다.
누카가 후쿠시로 중의원 의장은 이날 오후 4시 중의원 본회의에서 “지금 내각 총리대신으로부터 (일왕의) 조서가 나왔다는 뜻을 전달받았다”며 “일본국 헌법 제7조에 따라 중의원을 해산한다”고 선언했다. 의원들은 관례에 따라 만세삼창을 한 뒤 박수를 쳤다. 앞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이날 오전 9시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모든 각료 서명으로 중의원 해산을 공식 결정했다. 이시바 총리는 “(국민에게) 새 정부에 대한 신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며 “정정당당하게, 진심을 다해 선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15일 중의원 선거 고시로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고, 27일 투·개표가 이뤄진다.
이날 해산 전까지 자민당은 중의원 전체 465석 가운데 258석으로 단독 과반,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32석을 더해 290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당내 파벌 비자금 사건 여파 등으로 이시바 정부 출범 직후 지지율이 역대 정부 최저 수준인 50%를 겨우 넘고 있다. 수세에 몰린 가운데 자민당 단독으로 과반인 233석을 넘기는 게 우선 과제다. 연립여당인 공명당 의석을 포함해 261석을 넘겨야 상임위원장을 독점하는 절대 안정의석을 갖출 수 있다.
중의원이 해산되면서 여야는 사실상 본격 선거전에 돌입했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이 비자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인 선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민당 선거대책본부는 이날 중의원 해산 결정에 맞춰 비자금 파문 연루 의원 6명을 추가 공천 배제하기로 했다. 당초 이 문제로 당원 자격 정지된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상과 비자금 소명을 거부한 하기우타 고이치 전 정조회장 등 6명을 공천 배제 대상으로 정했지만, 선거 앞 ‘솜방망이 처분’이란 여론이 사그라지지 않자 공천 배제 의원을 두배로 늘렸다. 전체 12명 가운데 이시바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로 불렸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옛 ‘아베파’(해산) 의원이 11명이나 포함돼 자민당 내부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중의원 해산 직전 열린 여·야 당수 토론에서 일본유신회 바바 노부유키 대표는 “(밝기에 따라 변하는) 고양이 눈처럼 총리의 국회 해산 결정이 빙글빙글 변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새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비자금 사건 재조사 없이 얼렁뚱땅 국회를 해산하는 건 ‘비자금 문제 감추기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시바 총리는 “유권자에게 어떤 책임을 질지 당내 논의가 필요하다. 재조사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당 바깥에서는 자민당 표밭을 의식한 총리의 ‘소신 바꾸기’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그동안 결혼 부부가 배우자 성을 따르지 않도록 하는 부부 별성제 도입, 여성의 왕위 계승, 금융소득 과세 강화 등에 찬성 입장이었지만 취임 뒤 “다양한 (반대) 의견이 있다”며 사실상 입을 다물고 있다. 중의원 조기 해산 역시 ‘신중한 검토’에서 ‘역대 최단 기간 해산’으로 돌아섰는데 “변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외교·안보 쪽에선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과 미·일 지위 협정 개정을 자신이 먼저 제기해놓고 이후 “갑자기 실현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옹색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총리가) 과거 발언의 궤도를 수정할수록 ‘언행 불일치’라는 비판을 받을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