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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둑중개’는 강마다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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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니멀피플] 조홍섭의 생태뉴스룸

‘개체수 많다’며 보호종에서 해제…유전연구 결과, 하천별 차이 커

보호종 한둑중개는 오히려 유전다양성 8배 높아…생활사 차이서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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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치악산에서 채집한 둑중개. 양구의 둑중개와는 거의 종 수준의 유전적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지대 분자생태 및 진화학실험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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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와 경기도 하천 최상류에 둑중개란 물고기가 산다. 한반도에만 분포하는 고유종으로, 한여름에도 수온이 20도 이상 오르지 않는 차고 맑은 여울에만 서식한다. 바닥에 유기물이 쌓이거나 부착조류가 자라는 오염된 물에서는 살 수 없다. 고랭지 밭 개발과 생활하수 유입, 무분별한 하천 공사로 급속히 줄어드는 물고기다. 2005년 둑중개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건 당연했다. 그러나 2012년 둑중개는 법정 보호종에서 빠졌다. 보호가 시급한 다른 어종이 많기도 했지만, 분포지역이 넓어 개체수가 상당하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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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한둑중개. 둑중개와 겉모습은 구별이 어렵지만 강 하류에 살며 새끼가 바다에 떠내려갔다 돌아오는 생활사는 판이하다. 상지대 분자생태 및 진화학실험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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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북부 동해안으로 흐르는 하천 하류엔 둑중개와 외모는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한 한둑중개가 산다. 두만강과 일본 북부, 러시아 연해주에도 분포한다. 맑은 여울에 사는 이 물고기는 개발과 오염이 집중된 하류가 서식지여서 일찌감치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둑중개가 한둑중개보다 보전이 더 시급하다는 사실이 두 종에 대한 유전학적 연구 결과 밝혀졌다.

백송이 상지대 생물학과 대학원생(현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연구원) 등은 과학저널 ‘비엠시 진화생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한둑중개가 둑중개보다 유전 다양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두 어종의 생활사 차이에서 비롯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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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최상류 바닥에 돌이 깔린 찬물에 서식하는 둑중개. 개체수가 많다는 이유로 보호종에서 해제됐다. 상지대 분자생태 및 진화학실험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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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중개는 여울의 큰 돌 밑에 알을 붙여 번식하고, 새끼도 하천 바닥을 벗어나지 않는다. 다 자란 둑중개의 활동범위는 평생 10m 안쪽에 국한된다. 이에 견줘 한둑중개는 산란은 둑중개와 비슷하게 하지만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해류를 타고 바다로 떠내려갔다 한달 반쯤 뒤에 태어난 강 하구로 돌아온다. 이런 생활사 차이가 둑중개에는 집단 사이의 고립을, 한둑중개에는 집단 사이의 활발한 유전적 교류를 낳았다. 연구자들은 집단내 유전다양성은 한둑중개가 둑중개보다 8.4배 높았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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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 치악산의 둑중개 서식지. 양양과 원주의 둑중개는 유전적으로 거의 다른 종으로 드러나 각각의 하천에서 보호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지대 분자생태 및 진화학실험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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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신저자인 이혁제 상지대 생물학과 교수는 “고립의 결과 치악산과 양구의 둑중개는 거의 다른 종에 해당할 정도이며 다른 지역에도 유전적 차이가 컸다”며 “한둑중개는 전체가 유전적으로 하나의 개체군이지만 둑중개는 하천마다 달라 독립적으로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둑중개는 이미 금강·섬진강·만경강에서 절멸했으며, 지난해 ‘관찰종’으로 지정됐지만 아직 보호종이 아니어서 무분별한 포획과 서식지 보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ong Yi Baek et al, Contrasting life histories contribute to divergent patterns of genetic diversity and population connectivity in freshwater sculpin fishes, BMC Evolutionary Biology (2018) 18:52

https://doi.org/10.1186/s12862-018-1171-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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