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급성 스트레스 장애 등 지난해 직장인 126명 산재 인정
"직장 내 갑질 증가와 관련있을 것"
13일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이 산업안전보건공단·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정신 질환과 관련해 산재를 승인한 건수는 514건이었다. 산재 판정은 직장에서 일하다 우울증이나 급성 스트레스 장애 등에 걸렸다는 인과관계를 국가가 인정했다는 의미다. 지난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이후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우울증 등에 걸려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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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직장인 126명이 정신 질환 산재로 인정받아 2008년(24건)에 비해 5.3배 증가했다. 산재 신청 건수도 같은 기간 69건에서 213건으로 세 배가량 늘었다. 정신 질환 산재 신청이 200건, 승인이 100건을 넘긴 건 작년이 처음이다. 이 같은 증가세는 최근 연달아 논란이 벌어지는 '직장 내 갑질'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인아 한양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정신 질환 관련 산재 신청 사유 중 약 30%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라며 "최근 서비스 산업 비중이 커져 '감정 노동자'가 늘었고 산재 인정 사유가 확대된 점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직장 내 갑질 등으로 정신 질환에 이르는 경우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당사자조차 정신 질환을 질병으로 여기지 않거나, 향후 직장 생활의 어려움 등을 의식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제도적 규율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 셋 중 둘(66.3%)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고, 그중에서 68%는 '분노·불만·불안 등을 느꼈다'고 답했다. 불면증에 시달리고(28%), 병원에 다니거나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9%)도 적지 않았다.
김상훈 의원은 "직장인 정신 건강이 위협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산재 인정이라는) 사후 보상보다는 '갑질'을 예방하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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