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8 (토)

美대사관 오늘 예루살렘 이전… 팔 "100만 순교자 보낼 것"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방카 부부 등 美사절단 도착… 이스라엘, 접경에 병력 추가 배치

1만5000명 시위 벌인 팔레스타인, 대사관 개관 맞춰 대규모 시위 예정

세 종교 聖地 몰려있는 예루살렘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 일방적 관할권 인정 안해

'트럼프는 이스라엘인의 친구' '트럼프가 이스라엘을 위대하게'….

14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개관을 앞두고 트럼프 미 대통령을 칭송하는 현수막들이 예루살렘 시내 곳곳에 펄럭였다. 예루살렘 주요 도로엔 미국 국기와 이스라엘 국기가 나란히 걸렸다. 13일(현지 시각) 오후 이스라엘 외교부는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을 포함한 대규모 사절단을 맞이하는 리셉션을 열었다. 쿠슈너와 므누신은 유대인이다.

이스라엘에는 경사겠지만, 팔레스타인 입장에선 전쟁 선포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창립자 마무드 알자하르는 "신의 뜻에 따라 해방을 이룰 때까지 100만명의 순교자를 보낼 것"이라며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11일에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1만5000여명이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석유가 담긴 폭탄을 연에 매달아 날려보냈고, 돌을 던지고 타이어를 태웠다. 이스라엘군의 진압으로 1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730여명이 다쳤다고 CNN이 전했다.

이스라엘이 요르단 지역이었던 동(東)예루살렘을 접수한 기념일(13일), 이스라엘 건국 기념일(14일), 팔레스타인 기념일인 알나크바(대재앙의 날·15일)이 이어져 팔레스타인의 시위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국방군(IDF)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서안지구 접경 지대에 3개 여단(旅團) 병력을 추가 배치해 대규모 시위에 대비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최대 10만여명의 시위대가 모여들어 '역대 최악의 시위'를 벌일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은 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라는 뜻이지만, 정작 분쟁이 끊이지 않은 도시였다. 이곳은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 등 3대 종교의 성지가 모여 있다. 작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공식 수도로 인정하며, 텔아비브에 있던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뒤에는 갈등이 더 심화됐다.

유대교도들에게는 예루살렘은 솔로몬 왕의 성전이 세워진 성전산(聖殿山·템플마운트)이 있는 성지다. 성전은 기원후 70년 로마 점령 시기에 무너졌지만, 성전의 서쪽 벽은 '통곡의 벽'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유대인들은 이 벽에 '신이 임한다'고 믿어 벽 바위틈에 기도문 쪽지를 꽂고 머리를 대고 기도한다. 한 해 벽에 꽂히는 기도문만 100만 개에 달한다.

이슬람교도들에게는 서기 7세기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승천한 곳으로 알려진 '알아크사 모스크'가 있는 곳이다. 메카·메디나와 함께 '이슬람 3대 성지'로 꼽힌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후 안장된 묘지에 세워진 기독교 성지 성묘교회도 예루살렘에 있다.

예루살렘은 영국 식민지로부터 해방된 1948년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동서(東西)로 나누어 점령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마저 점령했다. 1980년엔 예루살렘으로 수도를 정식 이전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유엔 안보리도 1980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실질적으론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을 장악하고 있다 하더라도, 형식적으로는 예루살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보장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예루살렘 대사관 개관은 이런 '신사 협정'을 깨 버린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대규모 시위 경고에도 불구하고,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다. 클린턴·부시 행정부에서 미 국무부 중동 조정관을 지냈던 애런 데이비드 밀러는 CNN에 "지난 6주간 가자 지구에서는 하마스가 주도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지만 (예루살렘에 인접한) 서안 지구로는 시위가 번지지 않았다"며 "누구도 단언할 수는 없지만 대규모 폭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했다. 중동의 거대한 화약고인 이란에 대한 반대 전선의 수장 역할을 맡고 있는 이스라엘의 정치적 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우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