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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네이버 뒷북 댓글정책..."네일베(네이버+일베)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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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기사 댓글 3개 제한 등 대책 마련, 일각선 "부족하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위기가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지난해 초유의 스포츠 콘텐츠 노출 조작 사건으로 플랫폼 공공성을 의심받는 한편, 한성숙 대표 책임론까지 불거지는 가운데 필명 드루킹 사태가 더해진 댓글 조작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5월부터 총수가 되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전면에 나와 사태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네이버는 25일 뉴스 댓글 개편안을 전격 발표하며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뒷북 정책인데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25일 오전 네이버 본사 앞에서 긴급의원총회를 열어 댓글 조작 사건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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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나온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네이버는 뉴스 댓글 개편을 발표하기 직전 '우리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네이버는 "뉴스 댓글 서비스가 운영된 14년 동안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 확인제) 적용, 댓글 정렬 기준 변경, 소셜 댓글 도입, 댓글 이력 공개 등 댓글을 통한 소통의 공감대를 찾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실험과 시도가 있었다"면서 "지난 3월 댓글정책이용자패널을 발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 댓글 개편은 크게 4가지 정책으로 나눠진다. 먼저 24시간 동안 하나의 계정으로 클릭할 수 있는 ‘공감/비공감’ 수가 50개로 제한되며‘(비)공감 취소’ 역시 해당 개수에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는 하나의 계정으로 클릭할 수 있는 ‘공감/비공감’ 수에 대한 제한이 없었으나 이제는 동일한 댓글에 대해 기존과 같이 한 번의 공감/비공감만 가능하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무차별 클릭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기존에는 하나의 계정으로 동일한 기사에 작성할 수 있는 댓글 수는 20개였으나, 이제 3개로 제한된다. 또 연속 댓글 작성 시 댓글 작성 간격을 10초에서 60초로 확대하고 연속 '공감/비공감' 클릭 시 10초의 간격을 새롭게 둔다. 이 외에도 관심이 높은 댓글 정렬 방식에 대한 논의를 통해 이르면 5월 중순 추가 대책을 발표하며 댓글 작성자의 정체성 강화와 개인별 블라인드 기능 신설, 소셜 계정에 대한 댓글 작성, 공감/비공감 제한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댓글 어뷰징을 막기 위해 인공지능에 기반한 이용자의 로그인 패턴 학습, 추가 인증 요구를 비롯해 일반 이용자의 사용 가능성이 낮은 클라우드 서버를 통한 IP 접근 차단, 기계적 어뷰징 의심 ID에 대한 차단 등 도 고려하고 있다.

네이버의 뉴스 댓글 개편안이 발표됐으나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네이버의 네일베(네이버와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의 합성어) 성향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일각에서 뉴스 서비스를 아웃링크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네이버는 이번 대책에서 아웃링크 방식은 거론하지도 않았다.

네이버가 드루킹 사태의 본질인 매크로 프로그램 공격에 간단하게 뚫렸다는 점도 논란이다. 국내 중견 보안기업 관계자는 "매크로를 원천적으로 막는 기술은 없다"면서도 "네이버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술기반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면서 매크로 한 방에 어이없이 뚫렸다는 점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크로 방지 기술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네이버가 알면서도 방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네이버도 공범"이라는 말을 한 이유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도 네이버 본사를 항의방문한 자리에서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과도한 권한들이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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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네이버를 규탄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네이버가 거악(惡)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대 포털 경쟁력을 바탕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민주주의의 가치까지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24일 논평을 통해 "네이버는 단순 검색 포털이 아니라 기자 한 명 없이 언론시장을 장악하고 국민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네이버에 대한 규제 당국의 수사를 촉구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네이버 메인서버까지 압수수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사업자가 플랫폼 공공성에 대한 믿음을 저버렸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불똥은 네이버 부사장 출신인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에게도 튀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윤영찬 수석이 네이버 부사장이었단 사실은 온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진실"이라며 "이제 드루킹 게이트 수사는 특검에 맡기고 국회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뉴스 댓글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성적인 고민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포털 공공성을 스스로 훼손한 것은 사실이며, 다양한 의심을 받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면서도 "언론사의 지나친 반 포털 정서,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이슈 쟁점화가 과도하게 개입된 것은 아닌지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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