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구조 해결해야 Vs 경영권 방어 수단
최근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을 처분하면서 순환출자를 끊어낸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삼성SDI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명령에 따라 삼성물산 주식을 처리했다. 이로써 총 7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던 삼성그룹 순환출자는 4개로 줄어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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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상호출자금지제도와 신규순환출자금지제도를 통해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의 정의에 따르면 상호출자는 회사 간에 주식을 서로 투자하고 상대 회사의 주식을 상호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적용 대상은 자산 총액의 합계액이 10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이다.
공정위는 상호출자 금지의 필요성에 대해 “상호출자는 자본충실의 원칙을 저해하고, 가공의결권을 형성해 지배권을 왜곡하는 등 기업의 건전성과 책임성을 해치는 악성 출자형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공정위는 신규순환출자금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순환출자는 가공자본을 이용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여러 다단계 출자형태 중 하나로, 대기업 집단에서 총수일가가 순환출자를 활용해 적은 지분으로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면서 권한과 책임이 괴리되는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공정위가 순환출자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개별 기업들도 순환출자 끊기에 나섰다.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현대백화점을 포함한 기업들은 제각각 순환출자 해소 방안을 발표하고 이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순환출자를 무조건 악이라고 보는 시선을 경계하기도 한다.
순환출자, 끊어야 할 정당성은 무엇인가
순환출자를 없어져야 할 나쁜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적은 자본으로 기업 전체의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업이 일정 정도의 자본을 갖고 있어야 기업을 신뢰할 수 있는데, 현실에 투입되는 자본 없이 지분 소유만으로 여러 회사의 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은 건전한 자본시장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순환출자를 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자본금이 없는 상황에서 있는 것처럼 보여 회사의 기초가 흔들리게 된다”면서 “순환출자로 여러 회사가 연결되다 보면 한 회사에서 발생한 위기가 다른 회사로 전이되는 등 부실 전이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순환출자로 10~20개 이상의 기업이 얽혀 있으면 어느 지분이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고, 실질 자본이 어디에 있는지 불명확한 구조가 된다”고 덧붙였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순환출자는 2개의 회사가 서로의 주식을 보유하는 상호출자에 1개 이상의 회사가 더 들어가는 형태로 간접적 상호출자로도 불리는데, 이론적으로 서로 주식을 사고 팔면서 자본을 무한대로 증식시킬 수 있다”면서 “자본 충실 원칙에 위반되는 가공자본을 만드는 순환출자는 장점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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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의 장점도 들여다봐야
순환출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국이나 일본 등 재벌 대기업 형성 과정 시기에 필연적으로 나타났던 제도인 만큼 순기능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다. 기업 집단의 규모를 늘려 외국의 적대적 M&A나 경영권 침해 시도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순환출자를 나쁘게 볼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인도 타타그룹, 일본 토요타그룹과 같은 해외 대기업에서도 순환출자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순환출자의 가장 큰 장점으로 기업의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순환출자와 자사주 등을 통해서 기업들은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순환출자를 자꾸 끊어내게 되면 경영권 방어 수단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만큼 정부는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순환출자도 경영만 잘 한다면 나쁠 것이 없다”면서 “가공자본이라는 개념도 특정 회사가 다른 회사 주식을 소유하면 반드시 발생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순환출자로 엮인 회사 중 한 회사에서 부실이 발생해 다른 회사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보면 회사를 살릴 수 있다고 봤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도 “순환출자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좋다 나쁘다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각각의 시대와 기업의 상황에 맞춰 순환출자에 대해 봐야 한다”면서 “과거 우리 기업들은 경제 발전 시기 불가피하게 적은 돈으로 성장을 일구다 보니 순환출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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