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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뉴스분석] 北, 핵·ICBM 개발 동결 선언… '김정은 비핵화'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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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뗀 ‘김정은 비핵화’… 평화협정 탄력 / 黨 전원회의 ‘새로운 결정서’ 채택 / 金 “경제에 총력”… 병진 노선 폐기 / 靑 “한반도 비핵화 의미 있는 진전” / 트럼프 “정상회담 고대” 환영 뜻 / 北 핵보유국 입장서 군축회담 시사 / 종전과 변화 없어… 협상 난항

세계일보

북한이 지난 20일 평양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하에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력·경제건설 병진노선에서 경제건설 총력노선으로 전환하면서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동결을 선언했으나 핵보유국 주장은 사실상 유지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는 20일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ICBM 발사시험 중단 및 북부 핵실험장(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결정서(‘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로선(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노동당은 결정서를 통해 △핵무기 병기화의 믿음직한 실현 엄숙 천명 △핵·ICBM 시험중단 및 북부 핵실험장 폐쇄 △핵실험 중지는 세계적 군축을 위한 주요 과정이며 핵실험 전면중지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합세 △핵 위협이 없는 한 핵무기 불사용 및 핵무기·기술 불이전 △경제와 인민생활의 획기적 제고에 전력집중 △주변국 및 국제 사회와의 연계·대화 적극화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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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서 채택 만장일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주석단 왼쪽 두 번째) 등 조선노동당 중앙위원들이 20일 열린 당 중앙위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오른손을 들어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과 경제건설 총력노선을 선언한 결정서 채택에 만장일치로 찬성하고 있다. 주석단 왼쪽부터 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 위원장,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맨왼쪽 황병서 자리는 치워지지 않고 빈자리로 남아 있어 완전히 숙청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보고에서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없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북부 핵시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당의 병진로선이 위대한 승리로 결속(마무리)된 것처럼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새로운 전략적 로선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발표는 북한 비핵화와 함께 종전(終戰)선언·평화체제 구축 문제 등을 논의할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했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조만간 있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매우 긍정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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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고 환영한 뒤 22일 트위터에서는 “북한에 관한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먼 길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22일 방한한 수전 손턴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도 “매우 긍정적(positive)”이라고 했다.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건설 총력노선으로 전환은 일단 진전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핵 개발과 관련해 제도적, 정책적으로 3가지 동력(動力)을 갖고 있었다. 2012년 헌법의 핵보유국 지위 삽입, 2013년 3월 당 중앙위 제6기 제23차 전원회의에서의 핵·경제 병진노선 채택, 2016년 5월 당 대회에서의 핵보유국과 항구적인 핵·경제 병진 노선을 핵심으로 하는 당 규약(規約) 채택이 그것이다. 북한 비핵화에 회의적 인사들은 이 3가지 사례를 예로 들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노선 변화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조치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북한의 ICBM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 미확보 등의 이유로 아직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이 ICBM 추가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한 것은 북·미 대화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앞으로 ICBM 시험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미국에 큰 위협으로 간주되는 북한의 ICBM 능력 완성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선언은 미국 행정부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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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가 지난 2월8일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된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 주장을 계속한 것은 향후 북한 비핵화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노동당은 결정서에서 “핵무기 병기화를 믿음직하게 실현했다.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핵 병기화의 실현’과 ‘핵군축’을 언급한 것은 핵보유국의 지위에서 핵군축 회담에 나서겠다는 북한의 종전 입장에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한·미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목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유호열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결정서를 보면 핵무장력 포기나 비핵화 의지는 찾아볼 수 없으며 현재로써는 핵·경제 병진노선의 제2기로 진입하겠다는 선언일 뿐”이라며 “북한이 비핵화로 들어설 때까지 섣불리 제재의 성벽을 허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서·박성준 기자,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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