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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한겨레 사설] 한반도 운명 가를 역사적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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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북 핵실험 중단 선언, 회담 전망 밝혀

‘핵무력·경제 병진노선’ 폐기도 긍정적

비핵화 포함 최고 수준 합의 이뤄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열리는 4·27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운명을 가르는 회담이 될 것이다. 성과에 따라서는 세계사에 기록될 대전환을 만들어내면서 한반도 평화에 전인미답의 길을 내는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이번 정상회담은 판문점 남쪽 평화의집에서 열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쪽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 지역으로 내려온다. 판문점은 1953년 정전협정이 맺어진 곳이기도 하다. 정전협정 65년을 맞아 이 협정을 폐기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영구히 종식하는 평화협정 체결의 발판을 마련하는 회담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지닌 의미는 전례 없이 크다고 할 것이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 개통을 비롯해 회담 분위기를 띄우는 소식들이 잇따라 나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북한이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에 더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결정한 것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한층 키운다. 이번 결정은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입구에 해당한다. 비핵화 의지를 담은 북한의 선도적 조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 ‘큰 진전’이라고 환영하며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응답했다. 이런 맞장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통 큰 비핵화 합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높인다. 정상회담을 앞둔 우리 정부로서도 한결 밝은 마음으로 회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 회의에서 핵무력·경제 건설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경제 건설 총력 집중이라는 새 노선을 채택했다. 북한의 목표가 경제 발전임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자 핵무기와 경제 건설을 맞바꾸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체제 안전이 보장될 경우 중국이나 베트남을 모델로 한 경제 개방으로 나아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은 핵에서 경제로 방향을 전환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경제 건설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을 받아낼 명분을 쌓았다.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처에 트럼프 대통령이 화답하면서 대화 상대방들이 성의를 주고받고 신뢰를 쌓아가는 선순환 구조도 강화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남북정상회담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4·27 정상회담은 남과 북의 최고지도자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나는 회담이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는 북-미 관계와 긴밀히 연동돼 있어 한달여 뒤 열릴 북-미 정상회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회담의 성격이 북-미 정상회담의 길잡이 회담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이 핵실험 중단 선언을 했지만, 비핵화의 구체적인 해법에서 양자 간 차이가 다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역할이 있다. 한반도 문제의 운전자로서, 북-미 사이 중재자로서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 간극을 좁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는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남북정상회담의 의제는 이미 나와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세 가지 의제는 서로 맞물려 있어 다른 것을 놔두고 하나만 할 수는 없다. 그중에서도 비핵화 문제는 결정적이다. 비핵화 문제가 풀려야만 평화체제 전환이 가능하고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발전을 논의할 수 있다. 다행히도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북한이 선도적으로 비핵화 첫 단계에 해당하는 조처를 취함으로써 이 의제를 놓고 남북 사이에 획기적인 합의를 끌어낼 발판이 마련됐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할 수 있는 한 가장 높은 수준의 ‘비핵화 합의’를 이루어내고 이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일괄 타결이 나온다면 최상의 그림이 될 것이다. 그동안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와 한·미가 생각하는 비핵화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을 보면 북한과 한·미 사이 비핵화 개념에 큰 이견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할 일은 비핵화 실행 방안에서 접점을 키워, 북-미가 허심탄회한 합의에 이를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일이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북-미가 서로 ‘내 핵단추가 크다’고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한반도를 둘러싸고 전쟁의 언어가 난무했다. 그랬던 한반도가 평창겨울올림픽을 전후해 극적인 대화 국면으로 전환됐다. 우리 정부의 주도적인 대화 노력과 중재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결과를 낙관만 하기에는 이번 정상회담에 걸린 ‘한반도 운명’의 크기가 너무 크다. 담대하고도 창의적인 상상력과 함께 ‘디테일의 악마’를 경계하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눈앞에 다가온 정상회담에 국정의 모든 동력을 집중해 한반도와 국제사회에 큰 선물을 안겨줄 수 있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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