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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한겨레 사설] 국회가 제 할 일 못해 끝내 물 건너간 ‘6월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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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국민투표법 개정이 필요한데, 국회가 그 시한인 23일을 그대로 지나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6월 개헌은 사실상 무산되는 게 확실해졌다. 지방선거 이후라도 여야 합의로 국민투표법을 개정하고 개헌 합의안을 마련할 수는 있겠으나, 지금까지 정치권이 보인 태도로 보면 개헌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보는 편이 맞는다. 국민과의 약속인 6월 개헌을 무산시킨 책임을 국회는 엄중하게 느껴야 한다.

정치세력 간 이견이 첨예한 개헌안 내용과는 별개로, 국민투표법 개정 자체엔 여야 이견이 없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 투표권을 봉쇄한 현 국민투표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니, 국회의 법 개정은 당연한 일이다. 국민투표법을 먼저 개정하자는 청와대 요구에 야당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반대한 건, 백번 양보해도 지나친 정치공세라고밖엔 달리 할 말이 없다. 사실 헌재 결정 이후 4년 가까이 법 개정을 하지 않고 방치한 것만으로도 국회는 심각한 직무 유기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6월 개헌’이 무산된 근본 이유를 국민투표법 미개정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지난해 대선에서 모든 정당과 후보들이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을 공약했는데도, 정작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며 개헌에 소극적인 제1야당 자유한국당에 1차적 책임이 있다.

이른바 ‘87년 체제’의 산물인 현행 헌법을 한 차원 높게 손질한다는 차원에서나 ‘제왕적 대통령제’의 단점을 제도적으로 보완·극복한다는 차원에서도 이번 개헌에 대한 국민 공감대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또 과거 현직 대통령들이 대개 개헌에 미온적이던 것과는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할 정도로 적극성을 보였다. 그런데도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이 물 건너간 건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이제라도 여야가 개헌안 합의에 나선다면, 꼭 6월이 아니더라도 올해 안에 개헌하는 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당리당략을 앞세우는 정치권 모습으로 보면, 그런 기대를 갖기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개헌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 국회 불신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국민투표법을 바꾸라는 헌재 결정을 무시하고, 대선 공약도 지키지 않고, 1년 넘게 개헌특위를 운영해도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국회를 보면서 국민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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