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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삼성증권 사고 계기 “평판 훼손 리스크 관리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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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보험연 “기업 내부 요인으로 사고때 위험 급속 확산”

기업 재무리스크 순위에서 ‘평판 위험’이 1위 올라

”데이터 자체 구축해 리스크 관리 상품 개발해야”



한겨레

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삼성증권 영업장 입구에 삼성증권 배당 착오입력으로 인한 삼성증권 주가 급등락 사건 관련 사과문이 붙어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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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배당 사고를 계기로 기업의 평판 훼손 등 무형자산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22일 보험연구원은 ‘기업의 평판훼손과 무형자산 리스크관리’ 제목의 보고서에서 “기업의 무형자산 비중이 크게 상승하면서 평판 훼손이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커져 데이터 구축 등 리스크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무형자산 리스크는 기업의 평판 훼손, 지적자본의 손실, 규제 변화에 대한 대응 실패, 네트워크 오류 등을 포함한다. 온라인 활동, 인터넷 거래, 자료 유출 등이 초래하는 사이버 리스크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보험연구원은 무형자산 가치는 기업의 내부적 요인과 정보유출 등에 의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형자산 리스크는 경영 전반에 퍼져 있고 복잡하게 얽혀있어, 사고 발생 때 빠르게 확산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증권과 페이스북의 평판 훼손으로 인한 기업 이미지 악화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페이스북의 경우 기업고객의 플랫폼 정보유출이 가입자 이탈과 기업가치 하락을 초래했다.

무형자산 리스크 중에서도 평판 위험이 기업의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기업의 10대 재무적 리스크에서 평판 위험은 2007년 4위에서 2011년부터 1위로 올라섰다. 미국 증시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브랜드 충성도, 영업기밀과 같은 무형자산의 비중은 시장가치 기준으로 1975년 17%에서 2015년 87%로 높아졌다. 정보기술(IT) 발달로 무형의 사업모형에서 창출되는 기업가치가 유형자산보다 커진 것이다. 세계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이 1992년 엑슨 모빌, 월마트, 제너럴일렉트릭, 일본전신, 필립모리스에서, 2017년 6월 기준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으로 바뀐 점에서도 무형자산 가치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숙박대행업체 에어비엔비는 임차할 숙박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우버와 리프트 등 택시서비스 업체는 렌트카나 택시를 소유하지 않고 있지만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앞서 신용평가사들도 삼성증권의 배당사고는 경제적 손실 이외에도 관측되지 않는 평판과 신뢰도 하락 등 회사의 무형자산을 훼손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3일 보고서에서 삼성증권의 직접적 손실액은 감내 가능한 수준이지만 평판과 신뢰도 저하, 금융당국 제재 등 무형적 손실이 사업 기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평가했다. 삼성증권은 그룹 기반의 우수한 신인도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자산관리 등 리테일(소매 영업) 부문에서 경쟁우위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사고가 투자자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경우 개인 고객 이탈에 따른 영업기반 약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지난 12일 논평에서 삼성증권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징계와 평판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했다. 금융회사 직업윤리에 저촉되는 일부 직원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인한 기관 고객의 이탈은 개인 고객 기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향후 소송 리스크 등이 삼성증권의 본질적 펀더멘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된다면 신용등급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연구원은 무형자산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기업은 적극적으로 평판 위험을 관리하고, 보험회사는 기업의 리스크 관리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봤다. 평판 위험 등 무형자산 리스크는 명확하게 식별하고 측정하기 어렵다. 과거 데이터가 부족하고 리스크가 비연속적이어서 가치평가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험사가 자체적인 데이터를 구축하고 기업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무형자산 리스크 보장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보험회사 악사(AXA)는 트위터 데이터를 이용한 평판 리스크 모형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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