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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김기식 "삼성 배당 사고는 희대의 사건"...증권사에 '레드팀' 설치 요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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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삼성증권 배당 입력 사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차원의 시스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금감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17개 증권사 대표들을 소집해 “이번 사건은 직원 개인의 실수라 하기에는 내부 시스템 상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며 “배당이 이뤄진 후 37분이 지나서야 거래중지를 하는 등 사고에 대한 비상 대응 매뉴얼과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8억개가 넘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주식이 전산상으로 발행돼서 거래된 희대의 사건"이라며 "이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른 문제도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김 원장은 이번 사건이 공매도 제도와 무관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공매도는 존재하는 주식을 전제로 이뤄지는 것인데 이번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되고 거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며 "공매도를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이 문제의 심각성과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진앙지인 삼성증권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제재 조치를 내릴 것을 예고했다. 그는 “삼성증권이라 하는 우리나라 유수의 증권회사가 도저히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며 “조사결과 나오는 대로 분명하고 단호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이사는 이와 관련, 잘못 배당된 주식을 판 직원 16명 모두가 징계 대상이라고 밝혔다.

한편 투자자 피해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철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김 원장은 “삼성증권 사태에서 1순위는 이번 사고로 피해받은 사람들에 대한 신속한 구제”라며 “(삼성증권 측에서) 법적 대응 등을 강조하면서 (투자자들이) 시간과 돈을 소비하며 2차 피해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는 피해자 구제와 관련, "최종안을 이르면 오늘이나 내일이라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피해자 보상과 관련해선 시한을 정하지 않았고 법리적인 것을 떠나 가능하면 신속하게 피해자 입장에서 보상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진=이민아 기자



한편 김 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각 증권사 대표에게 유사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우리사주조합 현금배당 시스템, 주식거래시스템 전반에 대해 점검하고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김 원장은 “이번 점검 때 살펴본 결과 증권사의 우리사주 발행회사로서 배당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 배당업무를 같은 시스템에서 처리하도록 했기 때문에 시스템상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을 내재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사주 조합을 운영하는 증권사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어 각 증권사가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간담회 이후 이어진 증권사 방문 현장에서는 증권사마다 전산적·시스템적 오류를 찾아내는 '레드팀' 조직을 설치할 것을 요청했다.

이날 오후 김 원장은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를 방문해 "회사 측의 시스템적인 문제를 자체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레드팀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레드팀을 통해 부정하게 이득을 취하려고 할 때 어떤 문제가 있나 직접 체크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레드팀은 가상의 적군을 설정하고 스스로에게 어떤 약점이 있는지를 검토하는 조직이다.

그는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등 주식 시스템에 허점이 나왔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범죄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며 "우리사주나 특정 종목에 골몰해서 볼 게 아니라 넓게,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이날 한투증권 임원들과 면담을 한 후 배당 업무처리 및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또 임직원 자기매매 관련 내부통제 시스템과 불공정거래 방지를 위한 증권사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의 운영 상황을 확인했다.

그는 “삼성증권에서 난 사고지만 남의 집 사고 났다고 보지 말라”며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제고할 수 있도록 회사가 잘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유정 기자(kyj@chosunbiz.com);이민아 기자(w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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