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메모리 팹. /마이크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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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 미국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시장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발표해 ‘업황 풍향계’ 역할을 한다. 증권가에서는 마이크론의 실적이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하며 목표주가를 낮추는 추세다. 세계 메모리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최근 약세를 보여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증권사들은 오는 25일(현지시각) 마이크론의 회계연도 4분기(6~9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실적 전망치를 기존 컨센서스보다 낮게 내려 잡고 있다. 범용 메모리 시장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7일 시티그룹은 PC와 모바일 기기 수요 둔화로 D램 재고가 쌓이고 있다며 마이크론이 4분기 매출 75억달러(약 9조9700억원), 주당 순이익 0.89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매출 76억5000만달러, 주당 순이익 1.11달러)를 하회하는 수치다. 앞서 지난 6월 마이크론은 올 4분기 매출이 전 분기보다 12% 증가한 76억달러, 주당 순이익은 1.08달러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증권은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도 175달러에서 150달러로 낮췄다. 크리스토퍼 대넬리 씨티증권 연구원은 “PC와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D램 재고가 늘고 있다”며 “다만 현재까지 이 문제는 올 연말에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6~9월 실적과 연간 매출 추정치는 낮추지만, 향후 몇 분기 동안 마이크론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증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날 기준 마이크론 주가는 89.25달러로, 지난 한 달 간 17.35% 하락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마이크론의 실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 16일 모건스탠리는 D램과 낸드의 공급이 수요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어 성장이 정체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모건스탠리 연구원들은 보고서에서 “4분기와 오는 1분기 마이크론 제품의 평균 판매가격(ASP) 상승이 불확실하며, 가격 반등 조짐이 보이지 않는 한 주가는 계속 부진할 것”이라며 “마이크론의 실적 성장세가 향후 수 분기 내에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월가 투자사 레이먼드 제임스도 지난 12일 “단기적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제외한 D램과 낸드 판매량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마이크론의 목표 주가를 160달러에서 125달러로 낮췄다.
일각에선 HBM 공급 과잉으로 마이크론의 단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현재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순으로, 마이크론은 올 상반기부터 5세대 HBM(HBM3E) 8단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칼 애커먼 BNP파리바 선임연구원은 “HBM 공급과잉으로 인해 기존 D램의 평균 판매가격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조정을 받을 것”이라며 “특히 마이크론은 2025년까지 AI 경쟁사보다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지난 12일 분석했다. 그러면서 BNP파리바는 마이크론의 투자 등급을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에서 ‘하회(underperform)’로 내리고 목표주가도 140달러에서 67달러로 대폭 낮췄다. 애커먼 연구원은 “내부 분석 결과, D램 평균 판매가격 상승 사이클은 올 11월 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이란 결론이 나왔다”며 “마이크론의 11월 분기 실적과 관련해 주가는 67달러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시장에선 이 같은 HBM 공급 과잉 우려는 과도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HBM 공급량이 250억기가비트(Gb) 정도라고 볼 때 업계는 대부분 HBM 수요를 220억기가비트(Gb) 수준으로 예상하나, 시장 일부에서는 150억Gb 수준을 제시해 간극이 큰 상황”이라며 “그러나 엔비디아는 HBM을 추가로 공급받으려 하고 있는 데다 HBM 제조사들이 공급을 급격하게 늘리기는 어려워 대규모 공급 과잉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에이브릴 우 수석 부사장은 “D램 전체 평균 판매가격은 2025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품마다 가격 차이는 발생할 수 있으나, HBM 침투율이 증가하면 D램 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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