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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재정특위 늑장 출범…보유세 인상, 4개월 '깜깜이 논의'로 결정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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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개편을 논의할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재정특위)가 9일 당초 계획 보다 3개월 늦어진 ‘늑장출범’을 했다. 재정특위는 올해 7~8월쯤 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보유세 개편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재정특위가 늑장출범하면서 불과 4개월 논의로 보유세 인상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재정특위는 참여연대 출신 강병구 위원장(인하대 경제학과 교수)과 민간 위원 30명이 논의를 이끌어 갈 계획이다. 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장과 재정관리관만 당연직으로 참석한다. 시민 단체 출신 위원장과 민간 위원들로 여론을 수렴해 보유세 인상을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자칫하면 ‘그들만의 논의’로 깜깜이 특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비즈

연합뉴스



◇ 재정 특위 늑장 출범… “7~8월쯤 결과물 내놓으려면 논의할 시간 4개월”

재정특위는 이날 강병구 위원장을 선출하며 공식 출범했다. 당초 1월 계획 보다 세 달 이상 늦어진 출범이다. 재정특위는 앞으로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보유세 개편, 전세보증금 과세 강화 등 주택임대소득 과세 적정화, 금융소득 종합과세 개편,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소득세 면세자 축소 등 굵직한 세금 제도 개편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날 출범식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 실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개혁과제들을 논의하는 만큼, 서민․중산층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 등사회 곳곳의 목소리 및 기업과 시장의 목소리도 함께 균형잡히게 들어주시고 논의 과정에서부터 국민들과 소통하며, 국민의 여론수렴과 국민 참여의 창구역할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재정특위가 다룰 주제 중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보유세 개편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당초 재정 특위를 지난 1월 출범해 7~8월쯤 내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개편 방향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재정 당국은 부동산 과세 강화 방안에 대해 이미 가능한 시나리오는 언론이나 시장에 모두 언급됐다는 입장이었다. 재정특위의 선택만 남았다는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 거론됐던 시나리오는 현행 보유세(종합부동산세, 재산세) 제도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주택 소유자들의 세금 부담액을 늘리는 방식이었다. 종부세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 공시지가, 세율을 조정해 세금 부담을 확대하는 것이다. 또 다주택자뿐 아니라 이른바 '똘똘한 1채'로 불리는 강남 고가 1주택자의 보유세를 늘리도록 세금 제도를 변경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거래세는 인하하거나 현행 3주택 이상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 전세보증금 과세를 2주택 이상 소유자로 강화하는 방안도 언급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토지공개념’을 개헌안에 명시하면서 부동산 과세 강화 논의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보유세의 경우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전면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노태우 정부에서 시행한 택지소유상한법과 토지초과이득세법이 부활하고, 개발이익환수법도 위헌 시비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재정 특위가 가진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재정 특위가 당초 계획대로 7~8월쯤 결과물을 내려면 논의 가능한 시간은 불과 4개월 밖에 없다. 졸속 논의가 우려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재정 특위가 추구하고 있는 사회적 합의 절차도 4개월 안에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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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관계자 최대한 배제…민간 위원들이 주도해 방향 결정

재정 특위의 또 다른 우려는 ‘깜깜이 논의’다. 재정 특위는 사회적 여론을 더 잘 반영하기 위해 정부 관계자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시민 단체 출신 위원장과 민간 위원들로 특위를 구성했다. 그러다 보니 자칫하면 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세제 개편안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특히 재정 특위는 위원장을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 출신인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가 맡을 예정이다. 현 정권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라는 참여연대 출신 '재벌 저격수' 3인방을 구축한 동시에 굵직한 세금 제도를 개편할 재정 특위 위원장도 참여 연대 출신을 임명한 것이다.

강 교수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참여연대 2018년 세법 개정방안’을 살펴보면 종부세의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주택·토지분 현행 0.5~2%)을 1~4%로 2배로 인상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또 내년부터 14%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하는 연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자에 대해서도 필요경비액이나 기본 공제, 분리과세 기준을 조정해 세금 혜택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해야 할 과제로 언급돼 있다.

아울러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돼 있다. 현행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하일 경우 근로소득과 달리 14%의 비교적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어서면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대 40% 세율의 종합과세를 적용받는다. 상속세도 일괄 공제 기준과 가업상속공제 범위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보고서에 포함돼 있다. 종교인에 대한 과세도 각종 세금을 깎아주는 공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정·조세 전문가 30명 특위위원 선임

이날 재정특위는 강병구 위원장외에도 김정훈 조세재정연구원 부원장을 부위원장(예산소위원장 겸직)으로 호선했다. 조세소위원장은 최병호 부산대 교수가 맡는다.

특위 위원으로는 △국경복 전북대 석좌교수(이하 예산소위) △김대호 목원대 서비스경영학부 교수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박용주 한국재정정보원 재정정보연구본부장 △박인화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윤영진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 △조규홍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구재이 세무법인 굿택스 대표(이하 조세소위)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김유찬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신승근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이창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만수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최봉길 세무사 △허용석 삼일회계법인 상임고문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등이 선임됐다.

세종=전슬기 기자(sg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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