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시민들이 말하는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만약 통과되면 30년만의 개헌
개헌의 필요성은 대다수 공감하지만 ‘개헌이 뭐죠?’ 반응도
토지공개념에 대해서는 “재산권 침해” VS “꿈이 건물주가 아닌 세상을 위한 타개책”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헌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날 국회로 송부된 개정안은 5월 24일까지 국회 의결 절차를 거쳐야 국민투표에 부쳐질 수 있다. 국회 의결에는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한데 자유한국당이(116석)이 대통령 개헌안에 반대하고 있어 국민투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헌안이 통과되면 1987년 이후 30년 만의 개헌이어서 개헌 자체에 대한 관심은 높다. 청와대는 조국 민정수석을 통해 세 차례에 걸쳐 자신들이 내놓은 개정안을 설명한 바 있다. 한국당은 청와대안에 대해 ‘사회주의적 개헌’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개헌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개헌이 발의된 지난 26일 당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서울 시내에서 10대부터 70대 사이 다양한 연령대 시민 30여 명을 직접 만나 개헌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개헌안의 발의된 당일 30여명의 시민들을 만나 개헌 내용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 김유섭 기자, 양부용 기자, 현민지 기자
개헌 필요성에 대해선 다수 시민이 공감했다. 광장시장에서 수선 일을 하는 노수옥(60)씨는 “헌법이 바뀌지 않았던 30년은 굉장히 긴 시간”이라며 “헌법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에 동의한다”고 했다. 김재영(71) 씨는 “개정안 내용을 보니까 내용들이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반면, 개헌에 대한 미지근한 반응도 적지 않았다. 고경민 (27)씨는 “개헌에 대해 관심이 없어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며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역 광장앞에서 만난 손모(23) 씨 역시 “4년 연임제 의외의 다른 개정안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청와대가 내놓은 개정안 중 4년 연임제, 18세 이상 선거권, 토지공개념, 국민발안·소환제 등 핵심 조항에 대한 의견도 갈렸다.

대통령 5년 단임제 → 대통령 4년 연임제
4년 연임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시민들은 5년 단임제가 공약을 이행하기에는 너무 짧다고 했다. 효창공원에서 만난 박종오(78) 씨는 ”처음 4년 임기 동안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면 국민들이 다음 선거에서 안 찍는다"며 “잘하면 한 번 더 할 수 있는 4년 연임제가 합리적이다”고 했다. 몇몇 시민들은 연임 제의 한계를 우려하기도 했다.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만난 송 한현(65) 씨는 “지금까지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 많은 폐단이 있어왔기 때문에 변화의 필요성은 동의한다”면서도 ”임기가 8년으로 늘어나 대통령의 권력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정치인들에 대한 회의감을 토로하며 권력구조 개편 자체에 회의적인 시민도 적지 않았다. 오병훈(71) 씨는 ”위정자들은 권력을 잡기 전에는 바르게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하지만 권력을 잡으면 말을 바꾸지 않나"며 ”5년 단임제가 4년 연임제로 바뀌었다고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용산 소재 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박권태(17) 군은 “4년 중임제는 나쁘게 활용된다면 독재도 가능한 제도 아니냐며 양날의 검일 것 같다"라고 했다.

◇선거연령 만 18세로 하향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내리는데 대해 시민 의견이 분분했다. 김재영 씨(71)를 비롯한 10여 명의 시민들은 선거연령의 하향이 진작 이뤄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청소년 참정권 보장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요새 청소년들을 보면 우리 때와 달리 성숙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이하늘(19) 양은 “‘학생이 투표권을 가지면 책임감이 생겨 지금보다 정치에 더 관심을 갖게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선거연령 하향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청소년도 많았다. 고등학교 3학년인 김유정(19) 양은 “친구들이 공부할 나이니까 선거에 관심도 없다"라며 “어른들 따라서 투표하는 것밖에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연재(18) 군도 “학급회장을 뽑는 것처럼 장난 식으로 뽑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대학생 김 모 씨(21) 역시 “만 18세면 한창 수능 공부를 해야 할 나이인데 정치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환경이다"라며 “무작정 투표 연령을 낮추는 것은 왜곡된 투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토지공개념 명시
이번 개헌안에 명시된 토지공개념은 사유재산권 침해 우려 때문에 논란이 뜨거운 조항이다. 서울 역사에서 만난 정일준(37)씨는 토지공개념이 재산권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 씨는 “부동산 붐 이후에 놀고먹는 베짱이들이 많아지고 젊은이들 꿈이 건물주인 시대가 됐다”며 “헌법의 토지공개념이 우리나라도 열심히 일하면 잘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종로구 신진시장에서 호떡 장사를 하는 한인섭(63) 씨 역시 “빈익빈 부익부가 극심한 현재 상황에서 토지공개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발안·국민소환 도입
국민발안, 국민소환 도입에도 의견이 갈렸다. 송한현(65) 씨는 “정치인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국민이 나서 제지할 수 있는 자격이 당연히 있다"라고 적극 찬성했다. 반면,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장길호 (74) 씨는 “나이 먹은 사람들은 정책을 힘 있게 밀어붙였던 박정희 때가 그리울 때가 있다"라며 “국민발안의 과잉이 우려된다"라고 했다. 노경수(33) 씨는 “제도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국민들이 전문가도 아니고, 문제 제기를 남발하다 보면 과도한 행정비용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개헌 논의의 영향과 효과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인섭(63) 씨는 “장사를 하는 나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나”면서도 “개헌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사회 정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이 주인이라는 것을 명시하고, 그에 따른 혜택을 국민 전체가 향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큰 결실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유정(20) 씨도 “헌법이라는 것이 너무 거시적이라 실감이 잘 안 나지만 대학생인 나와 관련된 정책에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민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