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르면 오는 26일 본격 시작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횡령 등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혐의들 뿐 아니라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 등 정치개입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조사할 방침이다. 또 이명박정부 시절 경찰과 국정원이 종교계 등 민간인을 불법사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를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3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다음주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직 대통령 신분인 만큼 경호 등 문제가 있어 자주 소환해 조사하기 어려운 만큼 주말동안 조사할 내용과 일정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조만간 이 전 대통령 측과 조사 일정과 방식에 대해 조율할 계획이다.
검찰은 원칙적으로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불러 조사한다는 입장이지만, 그가 소환을 거부할 경우 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해 3월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검찰은 소환 조사를 요구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심리적 상태와 경호 문제 등을 이유로 구치소 방문조사를 요청해 이를 수용한 바 있다. 조사에는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하고 전날 구속영장을 집행한 서울중앙지검의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송경호 특별수사2부장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응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날 새벽 수감된 이 전 대통령은 조만간 변호인단 접견을 통해 향후 대응 전략을 짤 전망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구속 전 마지막으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할 기회인 영장실질심사까지 포기한 그가 '정치보복의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더 강화하기 위해 검찰 조사까지 거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최장 구속기간인 20일 동안 이 전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조사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검찰은 구속영장에 기재된 뇌물수수, 횡령 등의 혐의 뿐 아니라 국정원과 군의 불법 정치개입에 관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또 검찰은 이명박정부 당시 경찰과 국정원이 종교계 등 민간인들을 전방위 사찰하고 이를 문서로 이 전 대통령에 보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청계재단 소유의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종교·좌파단체, 4대강 반대 이슈화 총력' 등 제하의 문건들을 다수 확보했다. 검찰의 국정원 수사팀 관계자는 "살펴볼 부분이 있다면 살펴볼 것"이라며 수사 착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청와대 개헌안에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되며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검찰이 경찰을 견제하고 경찰의 정치적 편향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관련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경찰은 이날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팀을 구성, 자체 조사에 나섰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 속에서 검찰에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기 위한 선제적 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구속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10일까지 이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검찰은 중요 사건의 경우 구속기간을 모두 채운 뒤 기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음을 고려해 주요 정치일정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소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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