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탑픽]
서학개미들이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를 역대급으로 팔아 치우며 주간 순매도 규모가 7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월24~30일(결제일 기준 10월28일~11월1일) 사이에 서학개미들은 미국 증시에서 7억2568만달러를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해 12월20~26일 사이에 9억6994만달러를 순매도한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12월 말의 경우 양도소득세가 그 해 말까지 1년 기준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세금 문제로 순매도가 늘어난 측면이 있었다.
반면 이번에 미국 증시에서 7억달러가 넘는 순매도가 나온 이유는 순전히 테슬라 탓이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10월24~30일 사이에 테슬라를 5억8157만달러(약 7973억원) 순매도했다. 한 종목을 5억달러 이상 순매도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서학개미 순매수·S&P500지수 추이/그래픽=윤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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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들은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ETF(TSLL)도 1억9438만달러 순매도했다. 테슬라의 또 다른 2배 레버리지 ETF인 티렉스 2배 롱 테슬라 데일리 타겟 ETF(TSLT) 역시 4414만달러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테슬라와 테슬라 2배 레버리지 ETF를 합한 총 순매도 규모는 8억2009만달러에 달했다.
서학개미들은 테슬라에 대한 상승 포지션만 역대급 규모로 줄인 것이 아니다. 테슬라의 주가 하락에도 강하게 베팅했다. 이 결과 지난 10월24~30일 사이에 테슬라 주가 하락시 2배 수익을 얻는 티렉스 2배 인버스 데일리 타겟 ETF(TSLZ)와 트레이더 2배 숏 테슬라 데일리 ETF(TSLQ)가 2146만달러와 1950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테슬라에 대한 대규모 순매도와 하락 베팅은 오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패배 리스크 때문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유세 현장을 찾아가 지지 연설을 할 정도로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해왔다.
이 때문에 소셜 미디어 엑스(X)를 보면 테슬라 투자자들 사이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테슬라 주가가 오를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하면 테슬라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지난 10월23일 장 마감 후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올 3분기 순이익을 발표하고 긍정적인 전기차 판매량 전망을 제시하면서 다음날인 24일 주가가 21.9% 폭등했다. 테슬라 주가는 25일에도 3.3% 뛰었다.
그러나 대선을 일주일 남짓 남겨둔 지난 10월28일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 11월1일까지 5거래일 연속 총 7.5% 하락했다.
최근 3개월간 테슬라 주가 추이/그래픽=이지혜 |
머스크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패배는 자신에게 큰 리스크를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엑스에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민주당이 11월5일에 승리하면 나를 말살하려 모든 권력을 동원할 것이라는 내 말을 믿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머스크는 테슬라와 별개지만 머스크가 곤경에 처한다면 테슬라는 CEO 리스크로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 게다가 많은 테슬라 주주들은 머스크가 앞으로도 계속 테슬라를 이끌기를 원하고 있다.
반면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테슬라 주가는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 구매시 부여하는 세제 혜택을 없앨 것으로 보이지만 테슬라는 세제 혜택에 관계없이 전기차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매출 규모를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테슬라가 주력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오는 5일에 누가 백악관을 차지하든 테슬라에 대한 궁극적인 영향은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적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 주식은 매매 가능한 주식의 40%를 소액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이는 다른 대형 기술주의 20% 수준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것이다. 그만큼 테슬라 주가는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에 따라 흔들릴 가능성이 많다는 의미다.
10월24~30일 서학개미 순매도 상위 종목/그래픽=윤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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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들이 지난 10월24~30일 사이에 테슬라와 TSLL에 이어 세번째로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플라스틱 폐기물 재가공업체인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 홀딩스로 9056만달러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지난 9월9일 저점부터 10월 말까지 두 달도 안된 기간에 주가가 3배 가까이 뛰어오르자 차익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은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를 4번째로 많은 8098만달러 순매도했다.
양자컴퓨터 회사인 아이온큐는 퓨어사이클처럼 지난 9월9일 저점부터 10월 말까지 주가가 2배 이상 급등한 가운데 6047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아이온큐는 3주 연속 순매도 상위 10위 안에 포함됐다.
서학개미들은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도 5541만달러 순매도했다.
엔비디아는 3863만달러의 매도 우위를 보이며 11주째 순매도가 이어졌다. 다만 순매도 규모는 직전주의 약 1억8000만달러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다. 엔비디아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따르는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NVDL)도 2663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미국 국채수익률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ETF(TLT)가 2292만달러 순매도됐다. 국채수익률 하락으로 손실이 확대되자 손절매 물량이 출회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채 가격은 국채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10월24~30일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그래픽=윤선정 |
서학개미들이 지난 10월24~30일 사이에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메타 플랫폼스로 6136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671만달러의 순매수로 그 뒤를 이었다.
메타는 10월30일 장 마감 후 실적 발표를 앞두고 한주간 내내 꾸준한 순매수 흐름이 이어졌고 마이크로소프트는 10월30일 실적 발표 당일에 순매수세가 집중됐다.
하늘을 나는 택시를 개발하고 있는 조비 에비에이션은 최근 주가가 급락하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3475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지난 29일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AMD는 3278만달러 매수 우위를 보였다. 실적 발표 전후로 순매수세는 꾸준히 유입됐다.
배당주에 투자해 불확실한 시대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각광받는 슈왑 미국 배당주 ETF(SCHD)는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며 2876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서학개미들은 이외에 11월4일 장 마감 후 실적 발표를 앞둔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를 2120만달러 순매수했다.
또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따르는 티렉스 2배 롱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데일리 타겟 ETF(MSTU)를 2060만달러 순매수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비트코인 자산을 세계 최대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어 비트코인 대체 투자처로 꼽힌다.
주택담보대출 증권(MBS)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MBS ETF도 1998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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