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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금투세 시행이 맞지만, 폐지"...이재명, '이념' 대신 '실리'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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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1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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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라는 결단을 내렸다. 10월초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열어 금투세 시행 여부에 관한 결정을 지도부에 위임키로 결정한 지 한 달 만이다. 당내 금투세 시행 찬성론과 반대론이 팽팽히 맞섰던 만큼 이 대표가 유예 카드를 택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폐지로 결론내렸다. 야권의 대표적 차기 대권 주자로서 정권교체를 위해 '이념'보단 중도 외연 확장이라는 '실리'를 우선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을 택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이 대표는 4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금투세 시행을) 강행하는 게 맞겠지만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다. 주식시장에 기대고 있는 1500만 주식투자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금투세 폐지안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 집권기였던 2020년 12월 여야 합의로 통과된 소득세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다. 당시 금융투자상품별 과세 방법에 차이가 있단 점을 지적해 과세체계를 합리화하고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을 적용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개정안 통과시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금투세 도입은 2023년 1월로 정했었지만 2022년 말,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시행 시기를 2025년으로 유예했었다. 그동안 정부는 주식거래세 단계적 인하 등 조치를 취해왔다.

조세정의라는 가치, 그리고 법 시행이 이미 한 차례 유예됐단 점을 들어 민주당 내, 특히 소득세법 개정안을 다루는 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서 금투세는 내년 시행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됐었다.

따라서 이 대표가 지난 7월 당대표 연임 도전에 나서면서 돌연 "주식시장 악화의 원인을 정부가 제공했는데 시장이 조금 올랐는데 세금을 부과하면 (투자자들이) 억울할 듯하다. 시행 시기의 문제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며 신중론을 밝혔을 때, 당내 당혹스러운 반응과 반발 여론이 감지됐던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민주당이 금투세 시행 찬성측과 반대측을 나눠 공개토론을 벌인 것은 단순히 외부의 국민들에게 정책 결정 과정을 알리자는 차원 뿐만 아니라 당내 여러 의견을 수렴해 가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해석도 있다.

금투세 유예 혹은 폐지에 대해서는 당내 뿐 아니라 진보 진영에서도 반발이 거셌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달 초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할 것을 당론으로 추진한다며 "정치는 약속"이라며 "2020년 12월 여야정이 동의해 (금투세 시행 내용이 담긴) 법안을 통과시켰으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조 대표는 "현재 여당 원내대표인 추경호 의원이 야당 의원 시절 금투세 도입을 주도했다가 이제 와서 없애자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얘기인가"라며 "민주당은 이 흐름에 편승해서는 안된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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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11.02. yesphoto@newsis.com /사진=홍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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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금투세 유예나 제도 보완 후 시행이 아닌 '폐지'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민주당이 그동안 집권을 위해 숙제로 여겨져 왔던 '외연 확장' '중도 포섭'을 우선 순위에 놨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중도층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반감도 여전히 상당한 편"이라며 "이번에 금투세 폐지를 통해 외연 확장을 해나가겠단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런 결정에 대해 진보층 반발도 있겠지만 감내가능하다고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진보 정권이 종합부종산세(종부세)를 밀어붙여 정권을 내어준 만큼 대선을 염두에 둔다면 금투세 문제에 있어 보다 유연한 입장을 가져가야 한다는 목소리는 당내에서도 있었다.

이연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2017년 33만명이던 종부세 대상자가 2021년 91만명으로 늘었다"며 "2022년 대선 당시 서울에서만 31만표차로 지면서 대선에 패배했다. 지금 금투세 논쟁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과세 논쟁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밖에 이 대표가 금투세 폐지를 전격 결정하게 된 배경으로 민주당이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와중에 역공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함이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야당을 향해 금투세 폐지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정부 여당을 향해 공세를 펴가는 와중에 반대로 압박을 받는 지점이 몇 개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금투세였다"며 "그와 같은 압박을 이번 기회에 아예 완전히 털어버리고, 정권 심판에 더 주력하자는 의미도 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더300과 만나 "윤 대통령이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결과 지지율이 20% 아래로까지 내려가지 않았나. 이 대표는 그런 면에서 국민 목소리를 듣는다는, 차별화된 태도를 보여준 것"이라며 "지금은 정권 심판 목소리를 강하게 낼 때다. 그 외 다른 소모적인 논쟁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가 11월 있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선고(15일)와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25일)를 앞두고 우호적 여론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박상병 평론가는 "사법리스크를 돌파하려면 여론을 모을 수밖에 없고 여론 형성에 있어서 중도 여론이 중요하다"며 "금투세를 아예 폐지하자고 해서 중도를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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