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오후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검찰 수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the L]법원이 22일 저녁 11시 이명박 전 대통령(77)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범죄 혐의가 다수의 증거로 소명됐음에도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하는 등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는 등 방어권을 포기한 점 등도 구속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다"면서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수사 과정에 나타난 정황을 비춰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구속영장 발부의 최대 쟁점은 증거인멸 우려였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해 △일정한 주거가 없는 경우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만 발부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법원은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하게 된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사에서는 남은 요건인 주변 인물과 '말 맞추기'를 할 가능성이 있는지가 우선적으로 고려됐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고, 관련 인물들이 불구속 상태인 점 등이 불리한 요소로 고려됐다. 법원은 서면 심사 결과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영장 발부 사유로 적시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 과정에 반발해 22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마저 출석을 거부한 점도 영장 발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심사에 불출석할 경우 피의자가 직접 판사에게 호소할 기회를 놓치게 되는 셈이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심사에 피의자가 불출석한 경우의 구속영장 발부율은 100%였다. 그럼에도 이 전 대통령 측은 직접 소명 없이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어 구속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100여쪽 가량의 의견서만을 제출했다.
법원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의 110억원대 뇌물수수·350억원대 횡령 등 주요 혐의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의 진술과 청계재단의 영포빌딩 지하 비밀창고 등에서 확보한 검찰의 증거자료 등을 제출한 바 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은 예상보다 빠른 시간 안에 발부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는 발부까지 약 16시간 40분이 걸렸다. 지난해 3월 30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7시 11분까지 8시간 40분(식사시간 포함) 동안 구두심문이 진행됐고, 다음날 새벽 3시 3분 영장이 발부됐다.
백인성 (변호사) 기자 isbae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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