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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북-미, 비핵화·체제보장 빅딜?…청와대 “과거와는 다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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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급류 탄 정상회담’ 파격 해법 찾을까

북-미 ‘비핵화·체제보장’ 간극 커

단계 접근보다 ‘빅딜’ 가능성 무게

청 “완전히 다른 게임…판 바뀌어”

김정은·트럼프 ‘동시행동’ 배제못해

전문가들 “핵폐기-수교 일괄 약속 뒤

비핵화·평화체제 실무협상 방식 유력”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으로 평양을 다녀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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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물꼬가 트인 한반도 대화 국면이 곧바로 4월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면서 급류를 타고 있다. 미국의 관심사인 ‘비핵화’와 북한의 관심사인 ‘체제 안전보장’ 문제를 어떻게 주고받을지, 서로 만족할 만한 해법을 어떻게 찾아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북-미 간 대화가 진행되는 방식은 과거와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나 2000년대 6자회담은 실무선에서 협상을 통해 합의의 수준을 차근차근 높여가는 ‘보텀-업’(상향식) 방식이었던 반면, 지금 국면은 북-미 간 국정 최고책임자 수준에서 먼저 의사 결정이 이뤄지고 이제 양국 간 실무 협의를 해야 하는 ‘톱-다운’(하향식) 방식이다.

앞으로 북-미가 5월 정상회담을 전후해 상호 관심사를 주고받는 방식이나 과정도 파격적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북-미 간 협상에서 비핵화와 북-미 수교가 동시에 가는지, 아니면 선비핵화로 순차적으로 가는지’에 대한 물음에 “과거의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방식으로 하나 주고 하나 받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과거와)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판이 바뀌었다. 아직 누구도 해보지 않은 게임이라 북-미 간에 대화가 진척돼야 알 수 있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방식은 과거 6자회담 때 적용했던 방식으로, 북-미 간에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 조치들을 놓고 ‘네가 먼저 하면 나도 하겠다’가 아니라 두 나라가 ‘동시에’ 조처를 이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북-미가 단숨에 정상회담 논의로 도약한 현재 상황은 기존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새로운 방식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현실적으로 5월 북-미 정상회담까지 서로 만족시킬 비핵화와 체제 안전 방안을 내놓기는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북핵과 관련해 플루토늄 프로그램만 하더라도 영변 핵단지 시설의 5㎿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등을 동결부터 폐기까지 사찰과 감시, 검증을 하기 위해선 꽤 복잡한 북-미 간 협상 과정과 기간이 필요하다.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은 영변 핵단지에 있는 농축시설 사찰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우라늄 시설은 플루토늄 시설과 달리 은닉성이 뛰어나, 추가적인 비밀 농축시설이 더 있는지 여부도 검증해야 한다. 북한 체제 안전보장 문제도 격렬한 논쟁을 피해가기 어렵다. 북한은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면 정전협정 당사자인 유엔군사령부의 지위에 문제를 제기하며,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개연성이 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방북한 임동원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주한미군의 “지위와 역할”을 변경해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군대로서 주둔하는 것”을 용인할 수 있다고 했지만, 북한은 이후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다시 들고나왔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미가 서로 요구하는 수준이 실무 차원에선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그래서 단계적 접근보다는 단숨에 도약해 먼저 매듭을 푼 뒤 추후 실무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북-미 간 관계 정상화를 먼저 하고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다. 미국이 미얀마와도 수교를 먼저 하고 제재를 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5월 정상회담에선 ‘원샷’으로 핵을 버리는 것과 북-미 수교 등을 일괄해 약속하고, 이후 비핵화, 평화체제, 북-미 수교 등을 3~4년 기한을 두고 추진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김지은 김보협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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