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8 (금)

[연합시론] '미투 운동', 본질 지키며 계속 전진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그 위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1월 19일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가 기폭제가 된 국내 '미투 운동'은 법조·문화예술·대학·종교계를 거쳐 정치권까지 사회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고은 시인, 연출가 이윤택·오태석 씨 등 문화예술계 거목들이 성 추문 폭로로 하루아침에 지탄받는 인물로 추락했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던 배우 조민기 씨는 지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배우 조재현·오달수 씨 등 유명인들의 성추행 의혹도 폭로됐다. 이주여성, 장애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의 성폭력 피해 사실도 연일 드러나고 있다.

정치권으로 번진 '미투 운동'은 유명 정치인들을 낙마시키거나 곤경에 빠뜨렸다.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권 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가 "네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함에 따라 '성폭행 피의자'라는 불명예를 안고 사실상 30년 정치인생을 마감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도 '2011년 A 씨를 성추행했다'는 인터넷 매체의 보도로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역시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준비하던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지난 10일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즉각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고, 당의 만류에도 국회의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민 의원은, 한 여성 사업가가 언론 인터뷰에서, 2008년 노래주점에서 민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자 사실관계에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해명하면서도 의원직을 던지겠다고 했다. 성격은 다르지만, 민주당 소속으로 충남도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도 한 여성 지방의원과 부적절한 관계라는 논란에 휘말렸다. '미투 운동'은 6월 13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 같다. 공천과 선거 운동 과정에서 성폭력에 연루된 후보들은 도태될 것이다. 후보자들의 여성관과 양성평등 의식의 수준도 자연스럽게 드러나 후보 평가의 주요 잣대가 될 듯하다.

'미투 운동'이 확산하면서 일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근거 없는 폭로와 가해자 주변에 대한 '마녀사냥식 비판'이 단적인 예다. 한 매체가 '2010년 초 데뷔한 아이돌 그룹 A 씨로부터 한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보도하자 일부 네티즌이 가해자로 산들, 이창민 등을 거론하며 공격했다. 하지만 이들은 가해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고(故) 조민기 씨, 조재현 씨 등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의 가족에게 SNS상의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이 가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권력형 성폭력'을 근절하자는 것이 '미투 운동'의 본질이다. 성폭력 가해자는 분명히 나쁜 사람이지만 가해자 가족을 공격하는 것도 잘못이다. 이런 행위는 '미투 운동'의 본질을 훼손하고 동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경계해야 한다. 미투 운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도 안 된다. 김지은 씨는 "악의적인 거짓 이야기가 유포되지 않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성폭력 피해 폭로자들이 2차 피해를 겪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미투 운동'을 우리 사회의 건강성과 도덕성을 한 단계 높이는 국민운동으로 승화해야 한다. 다소의 부작용은 있지만 이제 '미투 운동'은 거스를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도도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도사리고 있는 '권력형 성폭력'을 근절해야 한다. 아울러 남성중심주의, 가부장적 권위주의 등 전근대적 문화와 의식을 타파하고 양성평등 사회를 앞당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2016년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 평등 수준은 전체 조사대상 144개국 중 118위였다고 한다. 차제에 양성평등기본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 같은 관련 법률도 세심히 살펴보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