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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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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김건희 불기소, 국민 납득할 정돈지 지켜봐야” 선거 다음날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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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 발언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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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재·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당정 관계가 위태롭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선거 다음 날인 17일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거듭 부각하며 대통령실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광역의원 연수에 참석한 뒤 검찰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것에 대해 “외부에서 수사 기록을 다 알 수 없으니 뭐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검찰의 설명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조치를 신속히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수사 결과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는 대신 국민이 납득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의문을 드러낸 것이다. 여당 고위 관계자는 “불기소 처분이 김 여사 리스크를 털고 국민을 납득시킬 계기가 아니라 외려 민심을 자극할 악재라는 판단이 깔렸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친한계는 “김 여사가 기소되면 당의 부담이 줄어든다”(신지호 당 전략기획부총장)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에 열린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작심한 듯 김 여사 문제를 언급했다. 한 대표는 “김 여사 관련 일들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이는 것이 반복되면서 정부 개혁 추진이 국민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야당의 무리한 정치 공세도 있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과 의혹의 단초를 제공하고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민심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을 겨냥해선 세 가지 대응을 촉구했다. 한 대표는 “첫째로 김 여사 관련한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시급하다”며 “인적 쇄신은 꼭 어떤 잘못에 대응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민심을 위한 정치를 위해 과감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둘째로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대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셋째로는 의혹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하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혹 규명을 위해 필요한 절차”라는 표현에 대해 한 대표는 몇 시간 뒤 “특정한 절차를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친한계 핵심 인사는 “이를테면 명태균씨와 여사 관련 의혹 등에 대한 대통령실의 엄격한 내부 조사와 이를 바탕으로 한 납득할만한 해명 등을 말한 것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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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광역의원 연수에 참석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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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가 재·보선 다음날 작심한 듯 용산을 압박하자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선거에서 선전했다는 판단이 깔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 군수, 민주당은 전남 곡성·영광 군수 선거에서 이겼다. 신지호 부총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여당 내 야당 노선’을 표방한 것이 주효했다”고 주장했다. 친한계 의원은 “한 대표가 ‘김 여사 리스크를 방어하자’고 외쳤으면 과연 선거에서 이겼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여사 불기소 처분에 따른 역풍을 줄이고자 한 대표가 평소보다 더 강하게 여사 문제를 비판했다는 해석도 있다. 이날 친한계에서는 “불기소 처분으로 민심이 싸늘해지고, 야당의 특검법 공세도 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민주당은 명태균씨 의혹 등을 추가한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여사 사건을 (기소 후) 법정에서 방어하는 것보다 특검법 공세를 방어하는 게 더 어렵다”며 “우리가 먼저 작정하고 여사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야당의 특검법 공세를 막기 힘들다는 게 한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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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1호기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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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당분간 한 대표의 공세, 용산의 방어 양상으로 당정 관계가 흐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음 주 초 윤 대통령과 면담을 앞두고 한 대표는 명태균씨 의혹, 여사 문제를 제기하며 의제 선점에 나섰지만, 대통령실은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무혐의에 대해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여권 내부에선 “김 여사가 오히려 별건 수사의 피해자”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10년 지난 주가 조작 사건을 조사한 전례가 없다”며 “지난 정부에서 김 여사를 겨냥해 불법 별건 수사를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관련자들의 통화 녹음에 김 여사가 공범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었다”며 “그런데도 수사를 계속 이어갔다는 점에서 오히려 김 여사가 피해자”라고 했다.

친윤계는 한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다. 친윤계 중진 의원은 “대통령의 가족은 없는 죄도 만들어 처벌돼야 하나”라며 “이미 검찰이 불기소 이유를 밝혔는데, 한 대표는 무엇을 더 설명하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여당 텃밭을 이겨 놓고 누구 때문에 이겼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매우 오만하게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국희ㆍ윤지원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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