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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동·서양 천문지식 담은 8장의 그림…조선 병풍으로 되살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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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서 보물 '신·구법천문도' 특별전 선보여

조선에서만 제작된 독특한 천문도…복제본은 내년 10월까지 전시

연합뉴스

보존처리 및 병풍 장황 복원 과정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995년 국립민속박물관에 새로운 소장품이 들어왔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유물은 그림 8장. 병풍 틀에서 떼어내 낱장 형태로 된 그림에는 해와 달, 그리고 하늘의 별자리가 그려져 있었다.

이 천문도는 충남 천안 목천면의 한 소장가가 8폭 병풍을 해체하던 중 발견한 것으로, 보리와 밥알이 표면에 붙어 있고 곳곳이 손상돼 있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낱장으로 있었던 귀한 천문도가 본래 모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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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박물관 입수 당시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민속박물관은 11월 17일까지 파주관 전시실에서 보물 '신·구법천문도'를 소개하는 특별전 '장황 복원 그리고 또 다른 보존, 복제'를 선보인다고 17일 밝혔다.

보존 처리를 거쳐 조선시대 병풍의 모습을 되찾은 천문도를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

신·구법천문도는 과거 조선에서만 제작된 독특한 천문 자료다.

조선 전기의 전통적인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와 17세기 이후 서양식 천문도인 '황도남북양총성도'(黃道南北兩總星圖)를 나란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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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 처리 전 낱장으로 된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화폭의 가장 왼쪽에는 해와 달, 5개의 행성을 그리고 옛 이름과 함께 기재돼 있다.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은 2001년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로 지정됐으나, 병풍으로 만들지 못한 채 낱장으로 따로따로 보관돼 왔다. 본래 모습을 추정할 만한 자료가 부족해 '최소한의 수리'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낱장 형태로 그림을 보관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박물관 측은 "나무 틀을 제작해 그림을 전시했으나 넣고 빼는 과정에서 가장자리가 손상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원래의 분위기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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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처리 및 병풍 장황 복원 과정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박물관은 2000년 보존 처리를 시작으로 다양한 자료를 조사해 2019년부터 본격적인 장황 작업에 나섰다. 장황은 그림이나 글씨를 병풍으로 꾸미는 것을 뜻한다.

전지연 학예연구사는 "연구 결과, 국내외에 총 9건의 신·구법천문도가 현존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중에서 박물관 소장본이 시기적으로 가장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현재 남아있는 종이, 직물 등을 분석해 병풍 1폭의 틀을 가로 55.3㎝, 세로 186㎝ 크기로 설계하고 병풍 띠는 적갈색의 비단으로 염색했다.

이후 병풍 속 틀에 그림을 붙이고, 옆면에 돌쩌귀를 붙여 병풍 형태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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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 연구사는 "그림 종이가 0.06㎜의 아주 얇은 대나무 종이여서 보강할 종이를 다루기도 까다로웠다"며 "보존 처리 경력 26년 가운데 손에 꼽을 정도의 고난도 작업"이라고 회상했다.

전시에서는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한 원본과 복제본을 함께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약 5년간의 조사·연구를 거쳐 되살아난 병풍을 둘러보면서 문화유산 복원의 의미도 생각해볼 수 있다.

유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원본은 전시 기간에만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에는 복제본을 파주관 내 열린 보존과학실로 옮겨 내년 10월 19일까지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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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 소책자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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