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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정부, 美통상압박 총력대응…"CPTPP가입 상반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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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에 대해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섰다.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실제 발효되는 오는 23일(현지시간) 이전까지 안보 동맹국인 한국이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질 수 있도록 미국 측과 협상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경제협력 채널 다변화를 위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여부를 올해 상반기 중 결정짓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대응은 때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맬컴 턴불 호주 총리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뒤 호주가 관세 폭탄을 피한 데 이어 일본도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나서는 등 국가 정상들이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급'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국도 통상 주무부처에만 맡기는 것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우리 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미국 정부의 철강 관세 부과 이슈와 관련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 관세 부과에 서명함으로써 이에 따른 글로벌 통상 마찰 확대 가능성이 있다"면서 "엄중히 상황을 인식하고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하겠으며, 한 팀으로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정부의 모든 가용 채널을 활용해 총력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며 "미국 재무장관에게 한국산 철강의 면제 필요성을 적극 설득하기 위한 서한을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김 부총리의 '한 팀' 발언은 그동안 외교안보와 통상의 분리 대응이라는 청와대 원칙과 달라진 것이라 주목된다. 김 부총리는 "다음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계기로 재무장관 간 양자 면담을 하고 한미 통상 현안과 그 밖의 여러 가지 대외 문제에 대해 폭넓게 협의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외교안보·통상 채널과 호흡을 맞춰 가며 우리 입장을 적극 개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 움직임에 대해 업계에서는 "너무 늦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많다. 특히 일본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등 국가 정상이 직접 나서 반(反)보호무역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차관급인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1인 플레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13일 또다시 미국으로 가 마지막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3주 사이에 세 번째 미국 방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김 본부장의 대미 '아웃리치(대외접촉)' 활동이 효과가 없었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각국의 철강 관세 관련 협상 요청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지 의문이다. 이 때문에 '한 팀'으로서 대응도 이미 너무 늦었고, 이제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 지적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청와대와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나서 외교안보와 통상을 묶어 대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김 부총리는 일본이 주도해 출범한 CPTPP 가입 여부를 올해 상반기 중 결정짓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가입 여부에 대해 부처 간 합의를 도출하고, 가입으로 결정되면 바로 통상절차법상 국내 절차를 개시해 CPTPP 가입 적기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제외한 일본, 캐나다, 호주, 베트남 등 11개국은 지난 8일 CPTPP에 정식 서명했다. 김 부총리는 "정부는 그간 CPTPP 논의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CPTPP 가입의 경제적 타당성을 선제적으로 검토해왔다"며 "앞으로 일본, 호주, 멕시코 등 국내 비준 동향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이 CPTPP 11개국 중 일본, 멕시코를 제외한 9개국과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기 때문에 CPTPP가 발효되더라도 대외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CPTPP는 가입을 안 해도 당장 큰 손실은 없지만 길게 보면 큰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보호무역주의 극복을 위해 현재 한국은 양자보다 메가 FTA가 필요하다"며 "한국도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면서 CPTPP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재만 기자 /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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