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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채용비리 의혹 정면돌파" 최흥식, 반나절만에 사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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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채용 비리 검사…휘두른 칼에 베인 금감원

"역린 건드려 타격 불가피"…내부 위험요소도 작용

뉴스1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2018.2.12/뉴스1 © News1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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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채용 비리 의혹을 받은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사임했다. 금융권 채용 비리 사태의 중심에 있던 금감원이 역으로 '채용 비리'로 수장을 잃었다.

이날 오전 최 원장은 "금감원 내 특별감사단을 구성해 관련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며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결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 원장은 반나절 만에 청와대에 사임을 표명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취임 6개월 만이다. 역대 최단기간 재임이라는 오명을 썼다.

◇ 지난해 국정감사로 떠오른 '채용 비리'…휘두른 칼에 베인 금감원

5개월 전. 문제의 시발점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다. 당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우리은행의 특혜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금감원은 전 은행권에 채용시스템 자체 점검을 지시했다. 다음 달인 11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사임했다.

3개월 전. 지난 1월 금감원은 "채용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은행 자체 점검 결과를 뒤로하고 두 차례에 걸쳐 전 은행권 채용 비리 현장검사를 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 우리은행 외에 KB국민, KEB하나은행 등에서도 채용 비리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 은행은 "따로 VIP 리스트를 관리한 건 사실이지만 특혜를 주기 위한 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금감원은 이를 채용 특혜를 주기 위한 리스트라고 못 박고 검찰에 통보했다. 검찰은 국민은행(서울남부지검)과 하나은행(서울서부지검)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벌였다.

사흘 전. 상황이 바뀐 건 지난 9일 최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이던 지난 2013년 친구 A씨 아들을 하나은행 채용 과정에서 추천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금감원은 "관행적으로 이름을 단순히 전달했을 뿐 채용과정에 어떠한 개입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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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사에서 서울서부지검 수사관들이 압수품이 든 상자를 옮기고 있다. 하나은행은 채용과정에서 사외이사와 계열사 사장 등 관련자들의 청탁명단을 만들어 특혜를 준 의혹을 받고 있다. 2018.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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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린(逆鱗)' 채용 비리에 엮인 최흥식, 정면돌파 반나절 만에 사임

금융권에서는 최 원장이 '채용 비리'라는 문재인 정부의 역린(逆鱗)에 얽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했다고 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 원장이 단순히 지인을 추천했고 점수 조작 등 법적 의미에서 부정은 없었을 수 있다"면서도 "채용 비리 의혹을 받은 사실만으로도 치명적인 게 지금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 원장은 의혹 제기 이후 연일 해명을 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금감원이 특별검사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12일엔 청와대가 직접 최 원장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진상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도 바쁘게 움직였다. 전날엔 여·야가 "철저한 조사"를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내부 위험요소가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최 원장은 신임 감사(김우찬 전 서울고검 판사)가 특별검사단을 전담한다고 했다. 금감원 내부를 감사하는 감사가 민간 은행 채용 비리를 조사하는 건 이례적이다. 금감원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하나은행 채용 비리를 더 조사하겠다는 의지가 내부에 없었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감원 내부 변호사 10여명이 대형 로펌으로 이직하는 등 조직 결속력이 많이 약해졌다는 평도 있다. 최수현 전 원장 시절 밝혀진 채용 비리 사건부터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까지 조직이 안팎으로 많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전체적으로는 조직을 위해 일하는데 조직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 원장이 시끄러운 조직을 안정적으로 끌고 나가기보다 매트릭스 체계 등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도 악수로 평가된다. 적지 않은 금감원 직원들이 갑작스러운 조직 개편에 인사 불만 등을 느꼈다는 관측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로써 최 원장은 지난해 9월11일 취임 후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11명의 역대 금감원장 중 가장 짧은 기간 재임했다는 오명을 안았다. 금감원은 최 원장이 사임하더라도 특별검사단은 예정대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새 원장이 올 때까지는 유광열 수석부원장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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