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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점점 좁혀지는 수탁·IB수수료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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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에 집중하는 증권사…자본·인재 확충 나서

주식거래 수수료 사실상 제로 시대…"과열경쟁 우려"

세계파이낸스

단위 : 원/ 자료 = 금융감독원


지난 3년간 증권사 수탁수수료는 지지부진한 가운데 투자은행(IB) 수수료가 꾸준히 늘면서 양자 간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자본확충, 인재수혈 등 IB 업무에 힘을 기울이는 것과는 달리 주식거래 수수료 부문에서는 과열경쟁으로 인해 수탁수수료 부문의 이익창출능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5개 국내 증권사가 지난해 총 8조4176억원의 수수료수익을 올렸다. 이 중 수탁수수료는 4조231억원, IB수수료는 1조4573억원으로 아직은 수탁수수료가 훨씬 더 많다.

그러나 지난 3년간 그 격차는 확연히 좁아지고 있다. 지난 2015년 1조2294억원이었던 IB수수료는 2016년 1조3049억원으로 6.1% 늘어났다. 이어 지난해에 또 다시 11.7% 증가했다.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IB 업무 확대에 공을 기울인 결과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등 IB 업무를 수행할 인재를 앞다퉈 영입하고 있다”며 “IB 부서가 계속해서 확대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최근에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 4곳이 탄생하는 등 증권사들이 이 부문에 대한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증권사 최초로 자기자본 8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미래에셋대우증권 관계자는 “자본이 많을수록 더 많은 IB 업무를 영위해 수익을 늘릴 수 있다”며 “자본확충의 주 목적은 IB 확대”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 2015년 4조5858억원에 달했던 수탁수수료는 2016년 3조7161억원으로 19% 급감했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그리면서 주식거래대금 등 수탁수수료도 늘긴 했으나 여전히 2015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주된 원인은 과열경쟁이었다. 특히 최근 들어 주식거래 수수료가 무료인 곳이 많다.

현재 증권사들은 홈트레이딩 시스템(HTS) 및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통한 주식거래에는 0.015%, 증권사 직원을 통한 거래에는 약 0.5%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수취하는 수수료는 그에 훨씬 못 미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신규 계좌 개설 등 여러 이벤트를 활용한 고객들에게 1년, 3년 등 일정기간 주식거래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일단 수수료 무료 혜택을 준 고객에게는 다른 증권사로 옮길까 두려워 이벤트 기간이 끝나도 수수료를 수취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실상 평생 무료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증권사 직원을 통한 거래에도 협의를 거쳐 0.5%보다 낮은 수수료과 부과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결국 증권사들의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 수탁수수료를 낮추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또 다른 관계자는 “어찌 보면 증권사 수익창출통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수탁수수료는 주식거래 수수료, 파생상품 거래수수료, 해외주식 거래수수료 등을 포함한 개념으로 증권사의 전통적인 수익창출통로였다. 그러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IB 쪽으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담합이라도 하지 않는 한 주식거래 수수료 등 각종 수탁수수료를 정상화할 방법은 없다”며 “앞으로 수탁수수료 의존도는 점점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아울러 IB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상승할 것”이라며 “정부가 초대형 IB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연관이 깊다”고 덧붙였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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