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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청주 문의대교에서 또 … 자살 예방 ‘3분 시스템’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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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2일 오전 ㅊ(40)씨 또 자살, 올해 들어 두번째

다리 접근때 관제센터 자동신고 시스템 작동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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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문의와 대전 신탄진 사이 대청호를 잇는 문의대교. 1980년 설치한 뒤 40여명이 투신해 ‘자살 다리’라는 오명을 사고 있다. 청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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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문의대교에서 또 자살 사건이 났다. 그러나 충북도·청주시·충북경찰 등이 구축한 자살 예방 ‘3분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12일 오전 8시58분50초께 누군가 문의대교 부근에 차를 세웠다. 9시3분께 차에서 내려 다리 쪽을 향했다. 38초 뒤 다리 초입 감지기가 울렸고, 50m 정도를 더 걸어 9시7분38초께 그는 대청호로 뛰어내렸다. 그는 이날 오전 11시께 인양됐으며, ㅊ(40)씨로 드러났다.

청주 청원경찰서 소속 경찰관과 청원구청 직원 등은 청주시 청원구청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관제센터에서 이 장면을 지켜봤다. 경찰은 ㅊ씨가 투신한 뒤에야 전화로 112와 119에 알렸다. 이 경찰관은 “남자가 차를 세운 뒤 다리 쪽으로 걸어가다 갑자기 뛰어내렸다. 애초 자살 징후가 보이지 않아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다. 손을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9시9분께 상황전파를 받은 충북지방경찰청 상황실은 곧바로 문의파출소에 알렸으며, 주변에 있던 순찰차가 현장에 출동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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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등이 지난해 8월 문의대교에 설치한 자살 예방 24시간 관찰 카메라와 감지 센서. 청주시와 충북 경찰 등은 누군가 다리로 접근하면 자동으로 관제센터에 알려 3분 안에 경찰이 출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청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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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대교는 청주 문의와 대전 신탄진을 잇는 255m 왕복 2차로다. 평균 수심이 10여m에 다리 교각 높이가 30여m에 이른다. 1980년 준공 뒤 지금까지 40여명이 숨져 ‘자살 다리’로 불린다. 지난 1월13일에도 20대 남성이 뛰어내렸다.

충북도·청주시·경찰 등은 지난해 8월 문의대교 자살 예방 안전조처를 보강했다. 24시간 관찰 회전형 카메라, 접근 자동 감지 센서, 경광등 등을 설치했다. 차가 서거나 누군가 다리에 접근하면 감지 센서가 작동해 관제센터 폐쇄회로 텔레비전에 장면이 뜨고, 112·119신고를 하면 2.6㎞ 떨어진 문의파출소에서 3분 안에 출동해 자살을 막는 시스템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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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등이 지난해 8월 문의대교에 설치한 자살 예방 24시간 관찰 카메라와 감지 센서. 청주시와 충북 경찰 등은 누군가 다리로 접근하면 자동으로 관제센터에 알려 3분 안에 경찰이 출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청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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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기계는 제때 작동했지만 경찰 등은 안이했다. ㅊ씨가 주차했을 때, 다리 초입에 접근했을 때, 자살 지점에 이르렀을 때 모두 3차례 관제센터에 경보가 울렸지만 상황실은 신고도, 전파도 하지 않았다. 투신하기까지 8분48초의 시간이 흘렀다. 관제센터 근무 경찰은 “평소 사진 촬영 등을 하는 시민이 많다. 자살할 줄 몰랐다”고 했다.

애초 이 ‘3분 시스템’과 함께 설치하기로 검토한 자살 예방 안전 울타리는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오광승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도로사업팀장은 “3억8천만원을 들여 안전책(2m)과 난간 등을 다음 달까지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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