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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동갑내기 최중량 유도 메달리스트, 훈련 땐 울어도…우린 ‘웃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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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윤(안산시청)과 김민종(양평군청)은 지난 파리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유도 최중량급 인기를 되살렸다. 이후 다양한 예능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은 두 사람은 달콤한 시간을 뒤로하고 4년 뒤 엘에이(LA) 올림픽을 위해 다시 뛴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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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웃는다. 계속 웃는다. 보는 이들까지 미소 짓게 만드는 웃음이다. 180㎝를 오르내리는 키에 최중량급(여자 78㎏이상, 남자 100㎏이상) 선수들에게 ‘귀요미’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김)하윤이가 워낙 인상이 좋죠.” 이렇게 말하는 김민종도 만만찮은 ‘웃상’이다. “어렸을 때 무표정으로 돌아다니면 아버지가 ‘동네 깡패 같다’고 웃고 다니라고 하셨어요. 계속 웃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인상이 좋아진 것 같아요.”



유도 최중량급 간판 김하윤(24·안산시청)과 김민종(24·양평군청). 둘은 지난 2024 파리올림픽에서 인상만큼 좋은 경기력으로 많은 이들을 웃게 했다. 김하윤(동메달)은 한국 여자 유도 최중량급에 24년 만에 메달을 선사했고, 김민종(은메달)은 남자 유도 최중량급에 36년 만의 메달이자 최초의 은메달을 안겼다. 지난 1일 훈련차 찾은 경기도 용인대 인근에서 만난 두 선수는 “아직도 많은 분이 올림픽 너무 잘 봤다고 해주신다”(김하윤)며 “올림픽 이후 신기한 경험들을 하고 있다”(김민종)고 했다. ‘런닝맨’ ‘아는 형님’ 등 티브이 예능에도 출연했다. “예능 출연이 동기 부여는 됐어요.”(김하윤)



그러나 이제 달콤한 순간은 잊어야 할 때가 왔다. 이들은 4년 후 있을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을 향해 다시 담금질을 시작한다. 김하윤은 14일 경상남도 합천체육관에서 있은 105회 전국체육대회 유도 일반부 경기로 먼저 출발했다. 김민종은 파리올림픽 때 다친 무릎 재활에 집중하고 병역 의무(3주 훈련+봉사활동)부터 이행할 예정이다.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등 국제시합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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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윤(안산시청)과 김민종(양평군청).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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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이후 쏟아진 관심에 들뜰 법도 한데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부담을 안 느껴야 잘하는 스타일이어서 ‘부담갖지마, 기대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라고 늘 주문을 걸어요.”(김하윤)



“부담도 이겨내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부담감을 즐기고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김민종)



“멘트 준비해왔구만!”(김하윤)



둘 다 “엘에이올림픽까지 4년 동안 그랜드슬램(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우승) 달성 목표”도 세웠다. 김하윤은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2023년 개최)에서 금메달, 김민종은 2024 아부다비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땄다.



“괜히 나 따라잡지 말고.”(김민종)



목표를 이루려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게 우선이다. 김하윤은 “파리올림픽에서 실력 면에서 부족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기술이 부족하다. 다양한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는 말을 해맑게 웃으며 했다. 김민종은 멘털 관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도쿄올림픽 때 흥분하면서 졌는데 이후 심리 상담도 받고 일지를 쓰면서 멘털 관리법을 공부한 뒤 파리올림픽에 섰더니 확실히 달랐어요. 그 부분을 더욱 강화하려고 합니다.”



사실상 무제한인 최중량급은 “어떤 괴물이 나타날지 모르는 게”(김민종) 문제다. “괴물 같은 선수를 넘어뜨릴 때의 쾌감”(김하윤)을 느끼려면 어느 종목보다 힘든 훈련을 소화해야 하는데 때론 눈물 쏙 빠질 정도로 강도가 높다. “전 훈련 때마다 울어요. 힘들어서.”(김하윤) 특히 로프를 반복해서 오르내릴 때 가장 괴롭다고 한다. 그럴 때 같은 체급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친구는 힘이 된다. “힘들다고 하면 민종이가 늘 잔소리를 해요. 그 눈물이 너의 결실이 될 거라며, 네가 지금 울 때냐며.” 말은 그렇게 해도 “매트 위에서 표정이 바뀌는 민종이를 보면 마음을 다잡게 된다”고 추켜세운다. “하윤이는 성격이 낙천적이에요. 힘든 순간을 금방 잊죠. 운동선수로서는 큰 무기죠. 특히 소떡소떡 먹으면 바로 기분 좋아져요. (웃음)”(김민종)



주거니받거니 티격태격하는 두 선수는 손잡고 유도 최중량급의 인기를 되살렸다. 최중량급은 기술 없이 힘으로만 경기 한다는 오해도 깼다.



비슷한 유도 인생도 걸어왔다. 어릴 때부터 기대주였다. 매트 위에서 경기를 즐기기로 유명했다. 초등학교 시절 유도를 시작한 김민종은 6학년 때 런던올림픽에서 테디 리네르의 경기를 본 뒤 그처럼 되기를 꿈꿨다. 이번 파리올림픽 결승에서 맞붙으며 “신이 났다”고 한다. 김하윤도 중학교 3학년 때 유도를 시작한 이후 나가는 대회마다 상을 휩쓸었다. 결정적일 때 아빠가 큰 힘이 된 것도 같다. “20살 때 성인이 된 뒤 나가는 국제대회마다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마음이 흔들렸는데 아빠가 울면서 조금만 더 버텨달라더라고요. 이후 삭발을 하고 마음을 다잡았더니 제 자리를 찾았어요.”(김민종) “아빠가 제 승리요정이에요. 아빠가 오는 경기마다 우승했어요. 물론,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깨졌지만. 흠.”(김하윤)



“우리의 본분은 유도 선수”라며 지금의 관심이 이어지려면 좋은 결과를 계속 보여줘야 한다는 것도 잘 안다.



“다들 바쁘게 사시는데 유도에 늘 관심 가져달라고 할 순 없죠. 다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세계인의 축제 때만큼은 메달은 못 따더라도 응원해주면 좋겠어요.”(김민종)



“내가 하려는 말을 또 하네. 생각할 때 한 번 들여다봐 주세요. 우린 늘 매트 위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겠습니다.”(김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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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윤(안산시청)과 김민종(양평군청).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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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윤(안산시청)과 김민종(양평군청).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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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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