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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대기업 이사후보 선임, 여전히 후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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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송대리인·고교동문 회사와 거래관계

여기저기 겸직, 회사평판 훼손·출석률 저조…”

무더기 반대 권고



한겨레

2018년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 개막됐다.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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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광장은 2016년 롯데그룹 8개 계열사가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을 인수할 때 법률서비스를 제공했다. 롯데쇼핑이 108개 세무서를 상대로 부가세 불복소송을 할 때도 법률 대리를 했다. 2017년에는 총수일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아들이 지배하는 비엔에프통상의 형사재판(배임수재혐의)에서 변론을 맡았다. 경제개혁연대의 자매기관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롯데케미칼이 오는 19일 정기주총 때 광장의 박용석 대표(전 대검 차장)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려는 것에 대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주주들에게 반대를 권고했다.

오는 16일 주총이 열리는 현대제철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을 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제철과 함께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이사를 겸하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과도한 겸직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저해할 수 있다며 역시 반대를 권고했다. 또 현대제철이 현대차·기아차에 철강제품을 팔고 있고,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에 물류를 맡기고 있어 이해상충 문제와 회사기회 유용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12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2018년도 정기주총을 앞두고 발표한 주요 기업의 이사 및 감사위원 (재)선임 의안 분석을 종합하면, 상당수 후보자가 롯데케미칼과 현대제철 사례처럼 독립성 저해, 이해상충 우려 등의 결격사유로 인해 반대 권고를 받아, 이사회의 정상화를 가로막는 대기업의 후진적 이사선임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

자료: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 표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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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비(DB)손해보험이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추천한 이승우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상용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공정위 사무처장)은 총수인 김준기 회장과 고등학교 동문으로 이사회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제기됐다. 세아베스틸 역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추천한 정용희 전 포스코엠텍 대표가 지배주주와 고교 동문이고 대학교 선배여서 독립성 저해가 우려됐다.

롯데케미칼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후보로 올린 김철수 전 부산세관장과 김윤하 전 금감원 국장은 뇌물죄로 실형선고를 받을 신동빈 회장(대표이사)에 대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아 이사 임무를 소홀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 회장은 실형선고 직후 일본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김철수, 김윤하 후보는 아모레퍼시픽의 사내이사로 재추천된 서경배 회장, 지에스홈쇼핑의 감사위원으로 재추천된 이화섭 전 한국방송 보도본부장, 현대차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재추천된 이동규 김앤장 고문(전 공정위 사무처장), 이병국 이촌세무법인 회장(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 함께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으로 회사 평판을 훼손하고, 불법출연에 대해 아무런 책임추궁을 하지 않은 잘못이 제기됐다. 이병국 회장은 3개 회사의 임원을 겸직하게 돼 이사로서 성실한 직무수행이 어렵고, 이동규 고문은 소속 로펌이 회사와 거래관계가 있어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현대제철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한 김상용 고려대 교수는 부광약품의 사외이사를 맡으면서 2016년과 2017년 출석률이 각각 29%와 45%에 그쳐 업무 충실도가 떨어진다는 이유 반대 권유를 받았다.

지난 9일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유지수 국민대 총장도 정몽구 회장과 고교 동문이고, 미르 및 케이스포츠재단 출연 책임까지 겹쳐 반대가 권고됐으나, 회사는 표결로 강행처리했다. 같은 날 포스코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주현 파이낸셜뉴스 대표는 회사와 거래하는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거나 언론사 대표라는 이유로 모두 이해충돌 위험이 제기됐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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