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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래서 출산율 낮았나”···韓 소득 불평등 갈수록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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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불평등 악화 속도, OECD 평균 2배
“소득 재분배 정책·출생지원 정책 연계 필요”


매경이코노미

우리나라 지니 계수·노동소득분배율과 합계출산율·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여성 초혼 연령 간의 연관성을 실증 분석한 결과 소득 불평등의 정도는 출산율·혼인율과 유의미한 음의 관계를 보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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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불평등이 출산율과 혼인율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실증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에서 한국은 소득 불평등의 악화 속도가 OECD 평균의 2배가량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재정정책학회에 따르면 이종하 조선대 교수는 지난 11일 열린 재정정책포럼에서 ‘소득 불평등의 측면에서 본 저출생의 원인과 재정의 역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이 교수는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 지니 계수·노동소득분배율과 합계출산율·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여성 초혼 연령 간의 연관성을 실증 분석했다.

지니 계수는 소득 불평등을 보여주는 지표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을 의미한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동자의 보수 비중을 말한다. 분석 결과 소득 불평등의 정도는 출산율·혼인율과 유의미한 음의 관계를 보였다. 노동소득분배율이 내려갈수록 출산율도 함께 낮아졌고 지니계수와 출산율·혼인율도 반비례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OECD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증 분석에서도 비슷했다. 37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니계수와 출산율은 음의 관계를 형성했다. 소득 불평등이 과도한 칠레·코스타리카·멕시코·미국 등을 제외하고 31개국을 대상으로 한 분석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 지니계수가 0.08 올라 OECD 평균(0.046)보다 악화 속도가 2배 빨랐는데 이 기간 우리나라 출산율은 OECD 회원국 중 멕시코 등의 중남미 국가와 튀르키예를 제외하고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현재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명을 밑돈다. 혼인율 또한 포르투갈을 제외하고 가장 크게 하락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2020년 지니계수는 0.444로 OECD 평균(0.498)보다는 낮았다.

이 교수는 국내외 선행 연구들도 소득 불평등 심화가 출산율 하락을 불러온다는 점을 지적하며 특히 교육투자에 대한 관심이 큰 선진국일수록 소득 불평등 심화가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인 소비 격차로 인한 주관적인 만족감이 떨어지는 것도 출산율 하락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이 교수는 이번 연구가 소득 불평등 개선이 출산율 상승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면서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소득 불평등 심화가 저출생의 원인 중 하나라는 인식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소득 재분배 정책과 출생지원 정책 간의 연계를 위해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하며 그 일환으로 조세제도를 기존 개인 단위에서 가구 단위로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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