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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CEO LOUNGE] 44년 만에 연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시장 안정 합격…韓-美 금리역전 대응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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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1952년생/ 연세대 경영학과/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한국은행 입행/ 한국은행 부총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한국은행 총재(현)


44년 만. 한국은행 총재 연임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차기 한국은행 총재에 현 이주열 총재(66)를 지명했다. 한은 총재 연임은 김성환 전 총재(1970~1978년) 이후 처음이다.

청와대는 “39년간 한국은행에 몸담아온 이주열 총재는 통화신용정책 분야 최고 전문가로 한국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이주열 총재의 연임은 한국은행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강원도 원주 출신 이주열 총재는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를 졸업한 뒤 1977년 한국은행에 입행했다. 조사국장·정책기획국장·부총재 등을 역임한 끝에 내부 승진 케이스로 한국은행 총재가 됐다. 한은 총재 임기는 4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이 총재가 연임에 성공한 배경은 여러 가지다.

그중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한 이주열 총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보면 어느 정도 실마리가 보인다.

임명동의 요청 사유서에서 문 대통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나아가 한국은행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 설명했다. 또 “(이 후보자가) 지난 4년간 통화정책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는 한편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를 통해 외환 안전망을 확대하는 등 통화정책 수장으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 재임 기간 우리나라는 중국과 캐나다·스위스 등과 통화스와프를 연장, 체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1998년 전까지는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이 아니었던 점을 고려하면 연임은 이번이 사실상 첫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정부가 한은의 독립성을 인정해준 인사라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성격 다른 두 정권서 이례적 연임 주목

지난해 11월 금리 몰린 후 추가 인상 시사

5월 금리 인상으로 ‘매파’ 본색 드러내나

이 총재가 보여준 ‘시장 안정’ 행보가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4년 이 총재가 취임할 때만 해도 이 총재를 ‘매파’로 분류하는 학자가 많았다. 중앙은행 운영 기조를 두고 꼭 둘로 나눠 얘기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학계에서는 편의상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에 방점을 찍는 진영을 비둘기파, 금리 인상을 통해 경기 과열을 진정시키려는 쪽을 매파로 분류하고는 한다.

이 총재를 매파로 분류하는 배경에는 취임 후 첫 금통위에서의 행보 때문이다. 그는 세계 경기가 기조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하면서 현상 유지 혹은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였다. 이때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비중을 뒀던 채권시장은 일제히 인하 가능성을 접었다. 오히려 한편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는 의견도 있었다. 대외 분위기도 금리 인상 분위기가 일부 있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규모 축소)을 내비치면서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국내 사정부터 급박하게 돌아갔다. 세월호 사태가 터지면서 국내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경제성장률 발목을 잡을 수준이었다. 이때 이 총재는 금리 동결 대신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2014년 8월 일이다. 당시 기준금리는 2.25%였는데 25bp(1bp+0.01%) 내렸다. 이후에도 오히려 인하 행진은 계속됐다. 경기회복을 위해서라는 명분이다. 결국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인 1.25%까지 내려갔다가 지난해 11월에서야 1.5%로 올렸다.

연임인 만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주로 정책을 중심으로 한 논의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 차례 인사청문회에서 개인 신상 관련 결격 사유가 발견되지 않았던 덕분이다.

문제는 통화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다. 문재인정부와 호흡을 어떤 식으로 맞출까도 숙제다. 일단 기준금리는 인상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미국 기준금리가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올해 최대 네 번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이후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총재 연임으로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당초 하반기보다 이른 5월경으로 당겨질 수 있다는 예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변수도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어 대외 악재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예상보다 물가 상승률이 낮다는 점도 바로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없다는 반론 논리로 제기된다.

신성환 원장은 “금리 역전 운운하는 시각도 있지만 대외 여건상 경기회복세를 충분히 확인하고 나서 인상을 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오히려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져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HSBC, 바클레이즈 등 일부 IB은행은 “금리 인상은 경제지표, 가계부채 문제, 한반도 지정학적 상황 등을 고려해 이뤄질 것”이라며 올해 3분기 1회 금리 인상이라는 기존 정책금리 전망을 유지하기도 했다.

더불어 독립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정부와 교감 여지도 열어둬야 하는 ‘운영의 묘’를 주문하는 이도 많다. 이 총재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지난 8개월 동안 5차례 만나면서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등 열린 자세를 보여줬다.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포괄적인 의견 교환을 통해 이 총재가 충분히 국가 경제의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인정받는 대목이다.

이런 기조라면 오히려 좀 더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에 동참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윤증현 전 경제부총리는 “물가 안정, 금융 안정도 중요하지만 지금 가장 한국 사회의 문제점인 고용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임기 때도 공조는 하되 휘둘리거나 눈치 보기는 곤란하다는 시각 또한 상존하는 게 사실이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큰 틀에서는 정책 기조에 맞춰가야 하겠지만 성장률, 물가 외에도 중앙은행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적지 않다. 최근 암호화폐 등 각종 현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를 정치적인 의도로 접근하려는 정부와 의견이 배치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중요한 것은 이때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주열 총재는 물론 금융통화위원들이 개별적으로나 집단적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과 소통하고 이번 기회에 중앙은행의 정책 수단도 확대해 독립성 수준에 맞는 위상을 정립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주열 총재 재산은

가족 포함 총 26억원 4년 재임 중 8억원 늘어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상 이 후보자의 재산신고 자료가 공개됐다. 이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 장녀 명의로 보유한 재산은 모두 26억4800만원. 이 가운데 이 후보자의 재산은 약 15억9000만원이다. 서울시 자곡동 소재 아파트(4억원·배우자와 공동 명의)와 전세권(8억4000만원), 자동차(932만원), 예금(3억4000만원)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배우자는 아파트 4억원, 예금 3억9900만원, 주식 266만원 등을 신고했고, 장녀는 예금 2억4000만원과 주식 118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후보자의 어머니와 장남, 손녀는 독립 생계 유지를 이유로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이 총재와 가족의 재산은 지난 4년 재임 중 8억5841만원 늘었다. 이 중 예금은 4억786만원 증가했다. 이 총재는 2014년 취임 당시 4억9000만원으로 신고된 서울 상도동 아파트를 지난해 4월 7억3000만원에 매도하면서 2억4000만원의 차익을 거뒀다. 1가구 2주택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 총재가 신고한 8억4000만원짜리 아파트 전세는 상도동 아파트 매각 대금에 1억1000만원을 보태 서울 하왕십리에 있는 아파트에 입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부금은 5943만원으로 재임 중 사회복지기관 등에 기부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9호 (2018.03.14~2018.03.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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