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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단독]신영철·차한성이 맡은 상고심, 현 대법관들과 근무일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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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투성이’ 대법원 대책

“하루라도 근무 겹치면 배당 안 한다” 했지만 실제론 안돼

내규 저촉 안된다는 고등학교·대학교 동문 사례 ‘38건’

대법원은 2016년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가 터지면서 사법부 신뢰가 땅에 떨어지자 서둘러 전관예우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수임한 상고심 사건은 하루라도 같이 근무했던 대법관이 맡지 못하게 함으로써 사건을 재판부에 배당하는 때부터 오해의 여지를 없애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대법원은 “사태의 근본 원인은 법관과 연고관계가 있다는 사정을 사건 수임의 도구로 악용해 온 일부 변호사의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사법부 역시 이러한 행태가 가능하도록 틈을 보인 측면은 없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봤다”고 강조했다.

11일 경향신문이 지난해 한 해 동안 대법원이 선고한 판결 중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관여한 사건들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 같은 대법원 대책이 적용되지 않은 사건이 다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영철 전 대법관은 2009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대법관으로 근무했다. 현 대법관 중에서는 6명이 신 전 대법관과 근무시기가 겹친다. 2012년 8월부터 대법원에 재직한 김창석 대법관, 2014년 3월부터 재직한 조희대 대법관, 2014년 9월부터 재직한 권순일 대법관 등이다. 신 전 대법관은 2016년 전관예우를 우려한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가 그의 개업 신고를 반려하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되레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 전 대법관이 관여한 사건 중 5건의 주심이 그와 근무시기가 겹치는 대법관들에게 배당된 것으로 조사됐다. 1건은 김 대법관, 2건은 조 대법관, 2건은 권 대법관이 주심이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제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부분재액화 기술’ 특허등록 무효소송의 경우 신 전 대법관이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측 대리인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조 대법관이 주심을 맡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참여하는 사건 중에는 구체적인 심리를 하지 않고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사건도 많지만, 심리 전에 재판부 배당을 하는 것이므로 배당 단계에서 원칙이 지켜졌어야 한다”고 했다.

차한성 전 대법관은 지난해 선고된 상고심 사건 중 관여한 사건 수가 10건으로 다른 전직 대법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근무시기가 겹치는 대법관이 주심으로 배정된 경우가 1건 있었다. 2008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대법관으로 근무한 차 전 대법관은 김소영·김창석·김신·고영한 등 4명의 대법관과 근무시기가 일부 겹친다. 롯데쇼핑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소송의 경우 1심과 항소심에선 참여하지 않은 차 전 대법관이 상고심에서 롯데쇼핑 측 대리인단에 이름을 올렸고 이 사건의 주심은 김소영 대법관이 맡았다.

대법관과 근무시기가 겹치지 않아 대법원 내규에는 저촉되지 않더라도 고등학교·대학교 동문, 사법연수원 동기 등 개인적 연고가 있는 대법관이 주심으로 배정된 경우도 있었다. 경기고 출신인 안대희·손지열·이홍훈·김능환 전 대법관이 관여한 사건에서 같은 경기고 출신인 박상옥, 김용덕(올해 1월 퇴임)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사례가 모두 합쳐 38건이었다.

대법원은 최근 차 전 대법관의 변호인단 합류로 논란이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상고심 사건에서도 같은 경북고 출신인 조희대 대법관을 주심으로 배정한 바 있다. 차 전 대법관은 이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변호인단에서 자진 사퇴했다. 변협 등은 대법원이 2016년 내규를 마련할 때 근무경력뿐 아니라 이 같은 연고관계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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