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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목민심서, 열하일기, 난중일기 등 조선 명저 한 권으로 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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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선명저기행
박영규 지음|김영사|334쪽|1만3000원

“관리가 교체되어 갈 때 기생들은 웃고 여종들은 눈물을 줄줄 흘린다면, 그 관리는 필시 훌륭하고 청렴한 관리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나오는 글귀다. ‘목민심서’를 대충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이 문장의 뜻을 금방 알아듣겠지만, 대다수는 대충 짐작만 할 뿐 그 속뜻을 알기 어렵다. ‘목민심서’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다산 정약용의 명저다. 하지만 이름만 유명할 뿐 실제 목민심서를 읽은 사람은 백 명 중 한 명도 되지 않는다.

‘난중일기’, ‘연려실기술’, ‘발해고’, ‘동의보감’, ‘열하일기’ 등 조선 명저 대부분의 처지가 비슷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문제는 접근의 어려움에 있다. 명저들의 세계에 접근하고 싶지만 길을 찾지 못해 망설이는 것이다.

이 책은 조선 명저의 세계를 여행하는 독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조선을 빛낸 16종의 명저를 정치, 역사, 기행, 실학, 의학 등 5개 분야로 나눠 소개하면서 탄생 과정과 내용의 핵심을 요약하고 해석했다.

왜 이순신은 ‘난중일기’에서 한산도대첩을 누락시켰는가? 노비 제사문을 통해 인간에 대한 진한 연민을 보여주는 ‘성호사설’, 박지원이 ‘열하일기’에서 평양은 여러 곳에 있다고 주장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은 ‘목민심서’에서 ‘동의보감’까지 조선을 빛낸 16종의 명저를 통해 해답을 찾아낸다.

현대인에게 조선은 미지의 세계다. 과거의 전통이나 관습이 조금씩 남아 있고 그에 대한 지식을 조금씩이라도 가지고 있더라도, 현대인에게 조선은 낯설고 막막한 미지의 세계다. 조선 시대의 역사와 문화와 삶을 담은 저서를 읽어내는 일 역시 미지의 세계를 방문하는 것처럼 낯설고 막막한 일일 수 있다.

저자는 “조선의 명저들이란 어린 시절 높은 대문 집과 같은 것”이라 정의한다. 대문과 문패는 익숙한데, 선뜻 안으로 들어가기에는 너무 위압적인 집. 그리고 그 집 대문을 열어젖히는 순간, 위압은 사라지고 친숙함과 경이로움이 함께 찾아들 것이라고 말한다.

[디지털편집국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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