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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방송연예계도 ‘미투’ 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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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조민기 제자들 성추행 증언 잇따라

경찰 수사 시작되자 드라마 하차

이윤택과 일한 유명 조연배우도

상습 성추행 구체적 댓글 올라와

피디는 작가등 스태프 농락하고

연예인은 소속사 뒤에 숨어 ‘겁박’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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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민기(사진)씨의 성추행 사건 폭로를 계기로 방송연예계에도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의 파도가 밀어닥칠 조짐이다. 방송연예계 역시 연극계처럼 연출 등 특정인의 입김에 따라 캐스팅이 이뤄지기 때문에 성범죄가 드러나기 힘든 구조다. 그러나 폭로의 물꼬가 터지자 다른 연예계 인사들의 성추행에 대한 증언이 줄을 잇고 있다.

조민기씨 소속사인 윌엔터테인먼트는 성 관련 문제로 교수직에서 물러났다는 보도가 나온 20일만 해도 “명백한 루머”라며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나섰으나 오히려 이런 태도가 피해자들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그가 교수로 재직했던 청주대학교 졸업생이라고 밝힌 피해자는 당일 청주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조 교수가 수년 동안 제자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해왔다”며 “옷 속에 손을 집어넣고, 입과 얼굴에 입맞춤을 하고 허벅지를 만지는 등의 행동은 부지기수였다”고 밝혔다. 조민기씨가 자신이 사는 오피스텔에 불러 추행하거나 술자리에서 제자들의 몸을 만졌다는 증언 등 피해자들은 너도나도 용기를 내 입을 열고 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결국 조민기씨는 21일 촬영 중인 드라마 하차를 선언했다.

다른 유명 배우의 추행 의혹도 거론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15일 인터넷 댓글에 ‘코믹연기 하는 유명 조연배우’를 지칭하며 “1990년대 부산 ㄱ소극장에서 이(윤택) 연출가가 데리고 있던 배우 중 한명이 여자 후배들을 은밀히,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했다”고 썼다. 이어 19일에는 “1990년대 초반 반바지를 입고 있던 제 바지 속으로 갑자기 손을 집어넣고 함부로 휘저었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담은 댓글도 올라왔다.

방송연예계의 성추행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 여배우는 <한겨레>에 오랜만에 주인공 제안이 왔는데, 피디가 오피스텔을 얻으면 연기를 가르쳐주겠다고 제안해서 거절하고 출연하지 않은 적이 있다고 했다. 스태프들 역시 성추행에 내몰리기는 마찬가지다. “예능 프로그램 막내로 6개월간 근무했다”는 한 여성 작가는 “팀 내 가장 위치가 높은 피디가 술자리마다 나를 불렀고, 불편한 언행을 일삼아 가지 않았더니, 에프디(FD)를 시켜 데려오라고 했다. 그래도 가지 않자 자신을 불러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에프디의 뺨을 때렸다”고 증언했다.

방송연예계에서 성폭력은 이처럼 공공연히 벌어지지만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보호 장치가 없는 프리랜서인 경우가 많아 2차 피해를 우려해 침묵하기 일쑤다. 가해자가 연예인일 경우엔 힘 있는 소속사 뒤에 숨어 되레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겁을 주기도 한다. 소속사가 연예인들의 성범죄를 묵인·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성추행을 했다는 댓글이 올라온 배우의 소속사도 21일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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