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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암울한 청춘 밝혀준 ‘깨달음의 햇살’ 누구나 체험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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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짬】 도심수행도량 ‘공생선원장’ 무각 스님

한겨레

26일부터 선불교대학을 여는 공생선원장 무각 스님.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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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은 곧바로 붓다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따라서 선은 세수하다가 코 만지기 만큼이나 쉽다고 했다. 하지만 출가자들도 그 맛을 보지 못해 평생을 헤맬 만큼 어렵다도 한다. 그 ‘선’을 2년간 집중적으로 배우는 선불교대학이 생겼다. 불교대학은 전국에 수백곳이고, 선불교대학이란 이름을 내세운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불교대학 교과목에 선 과목과 참선을 일부 첨가한 정도였다. 하지만 간화선 위주의 정통 선 공부를 표방한 선불교대학을 연 공생선원장 무각 스님(60)을 서울 도봉구 삼환프라자 7층 공생선원에서 19일 만났다.

‘정통 간화선’ 내건 선불교대학 개설
일반대중 대상 2년 과정 ‘참선’ 집중
“선은 삶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방법”


형제들과 달리 공부 못해 대학 포기
문득 불교책 보고 각성 100여권 독파
동국대 나와 2000년부터 참선 강의


“선을 하는 데는 종교라는 말도 불교라는 말도 필요 없다. 종교인일 필요도 없다.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대자유와 ‘완전한 행복’이다. 이를 불교적 용어로 바꾸면 해탈과 열반이지만, 그조차 군더더기다. 선은 모든 군더더기를 떼어내고 대자유와 ‘완전한 행복’에만 오로지 매진하는 것이다.”

창밖으로 도봉산 장군봉이 펼쳐져 있는 공생선원에서 그는 “선은 삶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2000년 조계사에서 처음으로 참선반을 개설해 초기 10여명에 불과했던 참여자를 450명까지 늘렸던 그는 2002년 공생선원을 열어 서울 외곽임에도 매주 100명 가까운 이들이 참선에 함께하는 선도량을 일궈냈다.

무각 스님은 법랍 15년 이상 된 중진 스님들의 공부모임인 경전연구회를 7년간 이끌었다. 경전연구회는 2005년부터 10년간 대표적인 선 스승들인 고우·무비·지안·통광·혜거 스님 등을 초청해 절차탁마함으로써 수행·공부 바람을 일으켰다. 무각 스님은 또 대부분의 도심 포교당이 기도와 기복신앙 위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공생선원에서 출가자도 공부하기 쉽지 않은 <선요>, <임제록>과 <화엄경> 등을 강의해왔다. 지난해엔 조계종 포교원에서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는 참선 입문프로그램의 교재를 만드는 주요 위원으로 위촉할 만큼 종단 내 대표적인 ‘공부파’다.

그러나 그는 공부의 공 자도 모르고 인생을 마감할 뻔한 청춘이었다. 전남 무안에서 경찰공무원인 부친에게서 네 형제의 둘째로 태어난 그는 공부 잘해 원하는 대학에 간 형제들과 달리 어려서부터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따라서 대학 진학도 남 얘기일 뿐이었다. 그는 “빛 하나 없는 뿌연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이었다”고 청춘 시절을 회고했다. 그러다 서점에서 우연히 불교책을 읽는 순간 ‘구름 틈새로 내리쬐는 햇살을 처음으로 보았다’고 한다. 그 뒤 불서 백여권을 읽었다. 처음 해보는 독서다운 독서였다. 그제야 동국대 불교학과 입학이라는 목표가 생겼다. 친구들은 이미 대학을 졸업한 나이였다. 하지만 기초 실력이 너무 바닥이어서 진학을 꿈꾸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러나 언뜻 본 햇살을 제대로 보기 위한 강렬한 욕구로 얼마나 몰입했던지, 그는 믿기지 않는 높은 성적을 얻어 부모로부터 한의대에 진학하라는 강권을 받기도 했다.

공생선원 입구엔 ‘선은 이론이 아니라 체험이다’라고 쓰여 있다. 그가 이렇게 ‘살아 있는 체험’을 우선시한 데는 자신의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승을 찾기 위해서도 직접 부딪혔다. 전국적으로 이름깨나 알려진 스님들을 직접 찾아가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래서 그가 택한 스승이 한마음선원을 설립한 비구니 대행 스님(1927~2012)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스승이 지고한 진리를 직설적으로 가르쳐줘도 자기 체험이 없으면 ‘남의 보물’일 뿐이었다. 그는 출가 이후 오히려 온갖 갈등이 밀려들어 이를 잠재우기 위해 6개월 내내 절의 계단만 닦기도 했다. 그러던 중 부처님께 3배를 올리다 절을 받는 이와 절하는 이가 둘이 아님을 ‘보았다’고 한다. 그는 출가한 지 오래되었다고 저절로 수행이 되는 게 아니라 초창기 발심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요즘은 출가자 한명 나오기기 하늘의 별 따기여서 행자 기간을 옛날 3년쯤에서 수개월로 줄여주는 풍토다. 하지만 그는 두 상좌(제자)들에게 “갈 테면 가라”며 3년간 행자 훈련을 시켰다. 공생선원에서는 그의 두 상좌 말고도 8명의 비구니 출가자가 나와 ‘발심사관학교’로 자리잡았다.

선불교대학은 오는 26일 개강해 입문과정 1년반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30분부터 2시간, 심화과정 1년반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30분부터 두시간 강의와 참선으로 진행한다. 강의는 무각 스님과 조계사 선림원장을 지낸 남양주 성관사 주지 성진 스님, 잠실 불광사 교무인 석두 스님, 불교인재원의 박희승 교수가 맡는다.

무각 스님은 “선불교대학의 커리큘럼을 전국의 어느 사찰에서나 활용하게 해 누구나 햇살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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