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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일요일 노동 금지, 사업주 처벌...어쩔 수 없이 일했다면 '수당 대신 대체휴가' 가닥 잡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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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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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일요일에 일하는 것을 아예 금지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 허가없이 휴일에 일을 시킨 사업주는 처벌을 받는다. 불가피하게 일을 할 경우 돈으로 보상하는 대신 평일 중 휴가를 강제해 휴식권을 보장하겠다는 구상이다.

19일 정부와 국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여당 의원들에게 휴일근로수당을 없애고 대신 대체휴가를 주는 내용이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 검토안을 제출했다. 검토안은 사업주가 1주 1회 이상 줘야 하는 유급휴일에 일을 시키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대부분 기업은 유급휴일을 일요일로 두고 있다. 이를 어긴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며, 통상임금의 1.5배에 해당하는 휴일근로수당도 줘야 한다. 벌칙과 금전·시간보상이라는 3중 규제로 일요일 노동을 완전히 틀어막겠다는 목적이다.

휴일 노동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 긴급한 경영상의 필요로 노사가 합의하거나, 구호·방역활동처럼 공공의 안정과 질서유지에 필요한 경우 두 가지다. ‘긴급한 경영상 필요’는 사실상 도산 위기에 놓인 기업의 정리해고 요건에 맞먹는다. 이 경우 휴일수당은 주지 않아도 되지만 일한 시간의 1.5배에 해당하는 휴식시간을 2주 안에 줘야 한다.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인 회사에서 일요일에 일한 노동자는 평일 하루를 온전히 쉬고, 또 하루 반나절을 쉴 수 있게 된다. 사업주는 한사람 반 만큼의 노동력 손실을 감수하고 휴일에 일을 시킬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회는 돈을 얼마나 줄 것인지에 매달렸는데 이번 검토안은 휴일노동 금지로 기존 프레임에서 180도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이번 검토안을 만들면서 독일과 프랑스 등 해외 사례를 참고했다. 특히 휴일 노동을 막은 것은 독일의 사례를 따온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근로시간법은 일요일과 법정휴일 노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병원·운송·안전·언론 등 일부 업종만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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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검토안은 여당 요청에 따라 마련됐다. 꽉 막힌 노동시간 단축 논의를 풀기 위한 돌파구 성격이다. 주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 작업은 휴일에 일한 대가를 현행대로 연장근로수당만 줄 것인지, 연장·휴일근로수당 둘 다 줄 것인지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다 지난해 말 이후 지지부진한 상태다. 여야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합의를 보지 못했다.

여당은 이번 검토안을 토대로 당내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휴일 노동에 2중으로 수당을 주는 ‘중복할증’을 포기하는 대신, 근로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더 큰 ‘시간보상’ 개념을 가져왔다. 여당은 앞으로 노사단체들을 만나 이번 안을 토대로 설득에 나설 에정이다. 중복할증을 줄곧 주장해 온 노동계가 찬성할 지 주목된다. 저임금 노동자들은 초과근로수당으로 임금을 보전받는 경우가 많아 쉽사리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중복할증 여부는 대법원에서도 심리가 진행중이다. 국회와 사법부에서 엇갈린 결과물이 나오면 현장에서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영계의 찬성 여부도 관건이다. 제조업 등에서는 휴일에도 공장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설비를 빠르게 늘리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타격이 클 수 있다. 경총 관계자는 “현행법에 있는 보상휴가나 대체휴가도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권리구제’라는 측면에서도 쟁점이 있다. 보통 체불임금 등에 대한 진정이나 소송은 퇴직 후에 이뤄지는데, 재직 중에 대체휴가를 다 쓰지 못한 노동자가 휴일노동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경우 돈으로 보상받을 길이 막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토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되는 건 3년 뒤다. 앞서 환노위 여야 간사단은 기업 규모에 따라 시차를 두고 노동시간을 줄이되 2021년 7월부터 전면 시행하자고 했고, 대체휴가 방안도 이 시기에 맞췄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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