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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이상화 "1~2년은 더 할 것…4년 뒤 베이징올림픽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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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은메달을 딴 이상화(29)는 19일 강릉 올림픽파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은퇴’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일단 1~2년은 (선수 생활을)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화는 다만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도전 가능성에 대해선 “4년 후는 모르겠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상화는 금메달을 딴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2)에 대해선 “저는 1000m를 포기하고 500(m)만 탔는데 그 선수는 저보다 나이도 많은데 전종목을 했다. 대단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누가 1등을 하고 2등을 하고를 상관없이 격려해주는 마음이 대인배라고 느꼈다”라고 평가했다.

이상화는 “평소 7개의 알람을 설정하고 운동을 했다”며 “(이제는) 그 알람을 다 끄고,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쉬고 싶다. 다 내려놓고 쉬고 싶다”고 했다.

조선일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이상화 선수./YTN 화면 캡처.


다음은 이상화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베이징올림픽 출전 가능성은?
아직 확답은 못 드린다. 제가 어제 경기가 끝났다. 일단 편히 쉬고 싶다. (베이징 올림픽 출전은) 먼 이야기인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다.

-하룻밤 자고 나서 어제와 기분이 달라진 게 있다면?
똑같다. 경기 전부터 올림픽이 끝나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다. 어제 상황을 다시 돌이켜보면 아직도 울컥한다. 지금도 눈물을 흘릴 것 같다.

-고다이라 나오와 늘 비교됐고, 어제 경기가 끝나고 '반전'처럼 두 분의 관계가 절친하다는 게 알려졌다. 대회 전에는 그런 관계를 알릴 생각이 없었는지.
저도 그렇고 고다이라도 그렇고 올림픽을 향해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얘기할 시간도 없었다. 그 선수도 예민했고 저도 예민했다. 그래서 각자의 시간을 갖고 연습을 한 것이다. 이제 올림픽이 끝났으니 서로 축하를 주고받은 것 같다.

-어제 펑펑 울었다. 눈물의 의미를 다시 되돌아본다면?
처음엔 이제 끝났구나 해서 눈물이 나온 것 같다. 2014년 소치올림픽 끝나고 4년이라는 시간이 저한테 힘든 시간이었다. 이렇게 올림픽이 순식간에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다. 압박감, 부담감이 없어져서 정말 저도 펑펑 운 것 같다

-쉬면서 하고 싶은 일은?
알람이 7개 정도 맞춰져 있는데 그 알람을 다 끄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쉬고 싶다. 다 내려놓고 쉬고 싶다.

-알람 7개는 어떤 것인가?
알람 7개는 새벽, 오전, 오후, 야간으로 나누어진 알람이다. 일어나는 시간, 낮잠 자는 시간, 운동 나가는 시간, 낮잠 자는 시간, 운동 나가는 시간 등이다.

-경기 당일 오전 고위 임원이 와서 깨우는 바람에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 사실인가?
이미 저는 깨어있었다. 그런 것 때문에 컨디션을 망쳤다는 것은 처음 들어본다.

-힘들었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히면?
소치 끝나고 금메달을 따고 기자회견을 할 때 4년 뒤에도 금메달을 딸 거죠라고 묻는 기자가 있었다. 4년 뒤에 제가 딸 수 있을까요 라고 제가 대답을 했는데 소치 때는 정상에 있는 위치였고, 세계신기록을 세웠고 제 몸이 좋았기 때문에 스케이트 타는 게 너무 쉬웠다. 이후 부상에 걸렸고, 감을 잃었다.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여기까지 끌어올린 것이 힘든 과정이었다. 많이 울었다.

-이미 레전드라는 팬들의 말에 감동받았다고 했다.
제가 작년부터 은메달 시작으로 은메달로 마무리했는데 약간 은메달 따면 죄인이 된 기분이 든 적이 많았다. 제 친구가 보내준 댓글로 힘이 됐다. 링크에도 저를 위한 문구가 걸려있었다. 그런 작은 한마디가 위안이 됐다. 그걸로 위안이 됐다.

-’#난나야’ 해시태그의 의미는? 알람은 오늘은 끄셨는지.
알람은 어제 다 껐다. ‘난나야’ 해시태그는 나오와 굉장히 많이 비교돼 저를 향한 메시지로 만든 것이다. 주변 사람을 의식하기 싫어서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저만의 주문을 외웠다.

-가족을 보며 무슨 생각 했나
경기 직전에 부모님이 앉아계신 좌석을 봤다. 이번이 가족이 함께 본 첫 올림픽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함께해서 행복했고 너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밴쿠버 삼총사 이승훈, 모태범에게 어떤 응원을 받았나.
승훈이는 힘내라고 했고 태범이는 떨지 말라고 했다. 격려, 위로를 많이 해줬다.

-은메달을 오빠에게 선물할 생각이 있는지
네. 은메달도 색깔이 너무 예쁘다. 소장가치도 있다. 금메달보다 더 소중하게 간직할 것 같다. 캐나다에서 3년 살면서 어차피 그 집에 있는 짐을 빼러 캐나다에 가야 한다. 올여름에 어머니와 함께 갈 예정이다.

-세계신기록이 깨질 것 같은 생각은?
올림픽신기록이 깨질 줄 알았다. 빙질이 소치보다 좋았다. 36초대 후반을 생각했기 때문에 놀랍지 않았다. 내 세계신기록도 깨질 것이다. 그 기록을 갖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이다.

-김연아 선수와 절친한데 메시지를 주고받았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제 내려놓고 편히 쉬고 곧 만나자고 했다.

-힘든 시간을 견뎌왔는데. 은퇴를 유보한 이유는?
거기까지 생각 안 했다. 당장을 생각하지 미래를 미리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1~2년은 할 것이다. 4년 후는 모르겠다. 나중에 결정할 문제다.

-문자 몇 개나 봤나. 경기 영상을 봤는지.
문자 1000개가 왔다. 경기영상은 보지 않았다. 마지막 코너에서 실수가 있었기 때문에 그걸 보면 더 아쉬울 것같았다. 먼 훗날 진정되면 볼 것 같다.

-고다이라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저보다 나이도 많은데 1000m를 포기하고 500만 탔는데 그 선수는 전종목을 했다. 대단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누가 1등을 하고 2등을 하고를 상관없이 격려해주는 마음이 대인배라고 느꼈다.

-감사하고 싶은 분?
케빈 코치님, 이석규 코치님, 제가 캐나다와 한국을 왔다갔다 했는데 물심양면으로 잘 챙겨주셨다.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금메달이 아니어서 속상하지만 은메달도 칭찬해줬으면 좋겠다.

-올림픽 이후 계획은?
고다이라 나오는 올림픽 이후 대회가 있어서 같이 놀지는 못한다. 쇼트트랙과 아이스하키 경기를 응원 갈 예정이다.

-알람 7개 맞추고 사는 동안 힘든 순간 어떻게 견뎠나.
저에 대한 자부심으로 견뎠다. 아직 2개의 금메달이 있고 세계신기록도 세웠고 그 자부심 하나로 버텼다. 3번의 올림픽 경험이 있어서 4번째 올림픽도 노련하게 이겨냈다.

-조 배정 됐을 때 소감은? 생일선물 받고 싶은 것은?
조배정을 받았을 때 마지막이 아니길 바랐다. 15조라 너무 좋았다. 인코스, 아웃코스 상관없었다. 제 앞조에 고다이라 나오 선수가 있다는 게 부담이 됐다. 그 친구 기록을 들을 수 있으니까. 함성이 커서 듣지 못했다. 그래서 초반 스피드를 낼 수 있었다. 받고 싶은 선물은 꼭 집어 말씀은 못드리겠다.

-이번 올림픽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뛰었나.
마지막이라 생각하면 몸 상태가 나태해진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시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나태하지 않고 은메달을 땄다.

-올림픽 전에 스스로 100점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가?
저는 100점이다. 포기할 수 있었는데 재활하고 좋아지는 저를 보면서 아직도 건재하다고 느꼈다. 저희는 월드컵이 아닌 올림픽이 목표였다. 목표대로 올라가는 저 자신에게 100점을 주고 싶었다.

-1-2년 더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같나?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 부담이 컸다. 1-2년 더한다면 순위에 상관없이 재미있는 스케이팅을 할 것같다.

-부모님 보면서 울컥하는 것 같았다.
올림픽 현장을 함께해서 더 울컥했다. 경기전에 보이더라. 이미 거기 계신 걸 알았다.
일부러 찾아가서 손인사 했다.

-어떤 스케이터로 기억되고 싶나.
저는 전설적인 선수로 남고 싶다. 한국에도 이런 스프린터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

-안방 올림픽이 어떤 점이 달랐나.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올림픽 같은 느낌이 없었다. 아파트에서 사니 집 같았다. 그래서 부담이 덜 됐다. 밴쿠버, 소치는 올림픽을 피부로 느꼈는데 그전보다 덜 느껴서 경기 준비하기에 더 수월했다.

-3-4코너 실수, 가속을 붙이는 구간의 실수는?
너무 빨라서 들어가는 구간부터 미스가 있었다. 그걸로 인해서 코너를 매끄럽게 돌지 못했다. 워낙 너무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아쉽다.

[최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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