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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文대통령 “美 불합리한 보호무역조치에 결연히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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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보호무역조치 WTO 제소·한미 FTA 위반 검토”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미국의 한국산 철강제품 등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미국의 통상 압박에 정면대응하겠다는 선언으로, 통상 문제를 놓고 향후 한미간 정면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청와대가 지난해 9월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북 핵·미사일 관련 공조를 이유로 ‘WTO 불제소’ 방침을 밝힌 것과는 상반되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불과 반년도 안 된 시점에 이처럼 상반된 입장을 내놓은 점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WTO 제소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나가고,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서도 부당함을 적극 주장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환율 및 유가 불안에 더해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며 “특히 철강, 전자, 태양광, 세탁기 등 우리 수출 품목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 확대로 해당 산업의 국제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수출 전선의 이상이 우려된다”고도 했다.

이어 “정부는 그러한 조치들이 수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혁신성장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한편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의 적극적인 추진을 통해 수출을 다변화하는 기회로 삼아나가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잇따른 무역 보복 조치 전반에 대해 우리 정부가 본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생각은 안보의 논리와 통상의 논리는 다르고, 서로 다른 궤도로 가져가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지금 북핵이 걸려있고, 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는 특정한 시기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문 대통령은) 한미FTA에 대해 한 번 개정이 필요하다는 근본적 시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FTA는 우리는 최상위법이라 모든 법에 우선해 적용되는데, 미국은 어느 연방법이든 (FTA에) 우선한다”며 “(문 대통령은) 서로 양자로 체결하더라도 미국은 얼마든지 대응하는 등 연방법 체계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던 차에 이 문제가 나오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하고 있으니 이 문제에 대해 개적으로 논의를 해보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우리나라 등의 철강 제품에 ‘무역 확장법 232조’를 발동해 수입 물량을 대폭 제한하거나, 최소 53%의 관세 폭탄을 안기는 조치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제안했다.

이같은 조치는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태양광 모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발동 등에 이어진 것으로 우리나라의 주요 대미(對美) 수출품들이 미국의 무역 보복 조치에 잇따라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미국의 동시다발적 통상압박이 북한 핵·미사일 관련 한미공조가 긴요한 시점에 쏟아지는 것도 우려된다. 미국측이 안보상 이유로 통상문제 대응에 한계가 있는 우리나라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엔 “소통과 협력 강화로 해결”

청와대는 앞서 ‘중국의 사드관련 경제 보복에 대해 WTO에 제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지난해 9월 14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제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당시 박 대변인은 “지금은 북핵·미사일 도발로 중국과의 협력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한·중 간의 어려운 문제는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며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19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중국 경제보복 관련 대응과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한 대응이 달라진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려운 질문”이라면서도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답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처럼) FTA 같은 시스템 불공정에 대한 문제 의식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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