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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김석중의 거꾸로 쓰는 경제] 대책위에 상책, 천민금융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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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자중심 '금융'으로 전환돼야

이코노믹리뷰

우리 1조5000억원, 하나 2조원, 신한 2조8000억원, KB 3조3000억원, 작년 우리나라 4대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실적이다. 4개 금융지주가 10조원에 육박하는 실적으로 사상최대실적이란다. 영업이익 중 이자로 이익을 낸 이자이익은 26조원에 가깝고 2016년보다 11.2%나 증가했다. 찬란한 업적이다. 각 금융지주는 그 찬란한 성과를 지주회장의 업적으로 포장하고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다면 사상최대의 실적을 어떻게 이뤘는지 그 속을 들여다보자.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영업이익 가운데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신한 86.3%, KB국민은행 83.9%, 하나은행 76.4%, 우리은행 80.6%다. 대부분의 영업이익은 좋은 말로 예대 마진, 속된 말로 고리대금으로 거의 다 만들었다는 얘기다. 더욱이 4대 시중은행의 2017년 연간 대출추이를 보면, 우리나라 은행들이 어떻게 이자수익을 늘렸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가계에 대한 대출 중에서 금융당국이 대출억제 정책을 편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은 줄이고, 높은 이자율을 부과하는 신용대출은 늘렸으니 어찌 이자수익이 안 늘어나겠나.

기업대출의 경우, 대기업은 은행에 대해 갑이기 때문에 높은 이자를 부과하지 못하니 대출을 줄였다. 중소기업의 경우,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보다는 높은 이자율과 부동산담보가 가능한 소호대출(SOHO; Small Office Home Office, 개인사업자)을 집중적으로 늘렸다. 결국,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정부가 기준금리 인상, 부동산담보대출 억제 정책을 폈더니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은 정책위에 상책을 써서 고금리이면서도 위험회피적인 대출로 방향을 바꿔 마치 미꾸라지가 빠져나가듯 땅 짚고 헤엄치기 영업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사상최대실적/사상최대순이익'이 과연 자랑하고 칭찬 받아야 할 일인가. 정부의 인허가에 의한 진입장벽으로 과점체제를 형성하여 과점이익을 향유하고, 경쟁제한적인 영업환경 속에서 금융소비자의 효용증대에는 관심도 없고 금융소비자는 단지 최대한 쥐어짜서 착취하는 대상 정도로 취급하는 영업행태로 이루어낸 이윤이 정상이윤인가.

정확한 물증은 없지만 한 가지 더 짚어 볼 부분도 있다. 금융당국, 감독원, 회계법인, 내부감사 등에서 알면서도 눈을 감고 있는지 아니면 몰라서 지나치는 부분인지는 몰라도 부실채권의 임의조작을 통한 회계조작으로 얼마든지 실적을 조정할 수 있다는 사실로, 부실채권의 차환대출로의 전환을 통해 부실가능채권을 정상채권으로 둔갑시켜 부실발생을 연기시키는 일이 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주회장의 연임시기라든지 해당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평가받아야 할 시기에 이러한 편법회계조작이 심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것은 금융권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따라서, 갑자기 좋아질 요인이 없는데도 실적이 폭증한다거나 부실채권이 현저히 감소한다면 일단 편법회계조작을 의심해 봐야 한다. 만약 이러한 편법회계조작으로 사상최대실적을 만들었다면 이는 심각한 경제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것이고 IMF사태나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가 닥칠 때 모두 드러내 부실을 땡처리하고자 하는 기만술책에 해당한다. 감독당국이 꼭 챙겨봐야 할 부분이고 내외부 감사 시스템의 개선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한 부분이다. 금융당국은 규제해야 할 사항과 자율에 맡겨야 할 사항을 선별하는 규제 선별작업이 필요하지만지배구조 규제나 회계감사에 대한 규제는 금융기관의 제1덕목인 공공신뢰도와 직접 관련되기 때문에 필히 강화되어야 할 규제다.

실물경제에서는 기업과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기업의 실적과 이익이 창출된다.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실물기업은 흥망과 생사가 갈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은행의 실적은 금융소비자와는 무관하다. 금융수요가 항상 금융공급을 초과하여 공급자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금융소비자를 놓고 은행들이 경쟁할 필요가 없다. 은행들의 이익창출 내용에서 보듯 우리나라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금융정책과 규제를 어떻게 빠져나가는지만 고민하면 된다. 매우 기형적이고 후진적인 천민금융이 형성돼 있다. 신DTI, LTI, DSR, RTI 등 추가적인 정책 그물망을 실행하면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지켜볼 일이지만 초과수요가 존재하는 현재의 금융시장 하에서는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 한일이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기기묘묘한 상책을 찾을 것이고 금리인상과 세계적인 경기호황기를 틈타 또 다시 사상최대실적과 이익을 갱신할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나라의 이런 비정상적인 금융의 근본적인 원인은 금융시장에의 신규진입 규제 및 보수적인 업무허가제도에 의한 기득권 금융기관의 독과점에 있고, 결국 진입 및 업무규제에 대한 완화를 통한 금융공급의 확대와 그에 따른 경쟁촉진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정부의 금융을 보는 시각과 철학을 과감하게 전환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의 시장에서의 탈락이 곧 정책실패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하고, 시장실패에 대한 책임을 정책집행자에게 떠넘기는 적폐는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정책집행자가 소신 있게 정책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 진입은 자유롭지만 운용에 대한 필요 규제는 엄하게 적용함으로써 금융기본질서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금융공급자 위주의 시장에서 실물경제와 같이 수요자 위주의 시장으로 전환될 경우, 금융소비자를 중심으로 금융기관의 경쟁이 촉발돼 소비자보호 문제 전당포금융 문제 비정상적수익 문제 규제위주의 금융정책 문제 협소한 수익구조 문제 약탈적 금융문제 등 작금의금융적폐들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선진금융으로의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석중 금융전문기자 겸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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